[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중국기업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기조가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중국기업들은 원재료와 소재 공급망 역량을 바탕으로 여전히 시장 내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배터리시장의 주도권을 노리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중국기업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열세인 원재료와 소재 공급망을 강화하는 일이 증설을 통한 생산능력 확대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RA에도 무시 못 할 중국 배터리 공급망, LG엔솔 밸류체인 강화 더 힘 줘

▲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중국기업을 배제하는 기조가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중국기업들이 공급망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 내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다만 중국기업들이 배터리 밸류체인의 대부분 분야에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은 일정 부분 중국기업들과 협력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26일 배터리업계와 해외언론 분석을 종합하면 중국이 2025년까지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 공급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정보업체 라이스태드에너지에 따르면 중국기업은 지난 2년 동안 45억 달러를 투자해 리튬광산 20개의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투자은행 UBS는 중국이 통제하는 광산의 생산량이 2022년 19만4천 톤에서 2025년 70만5천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전기차용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4%에서 2025년 32%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단지 리튬 광물의 채굴에서만 영향력을 지닌 것은 아니다. 현재도 호주나 칠레 등 국가가 리튬 생산에서는 중국보다 생산량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리튬의 제련과 가공 단계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65%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 수준이다. 

원자재 컨설팅회사 CRU그룹에 따르면 중국은 리튬 외에도 망간(95%), 코발트(73%), 흑연(70%), 니켈(63%) 등의 제련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발간한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중국이 코발트, 황산니켈, 수산화리튬, 흑연 등 필수 자원들에 대해 세계 최대 정제 생산능력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광물뿐 아니라 양극재 등 배터리 핵심소재 공급망에서도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 셀 제조사들이 주로 채택하고 있는 삼원계 기반 양극재와 경쟁 관계에 있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더구나 중국은 광물 확보 단계부터 양극재 등 소재와 배터리 셀에 이르기까지 촘촘한 밸류체인을 구축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재희 세계지역연구센터 중국지역전략팀 전문연구원은 '중국 LFP 배터리 공급망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업스트림 단위부터 수직계열화를 이뤄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업체들과 이제 막 LFP배터리 사업에 착수한 우리 기업의 경쟁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기업이 LFP배터리 생산을 위한 원자재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하려면 중국기업과 경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중국기업 CATL과 세계 배터리시장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증설 뿐 아니라 배터리 공급망 강화에도 신경을 써야 할 필요성이 큰 셈이다.

더구나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IRA는 전기차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선 중국이 장악한 배터리 공급망 현실을 고려해 아직 외국 우려 단체를 세부적으로 정하지 않았으나 배터리업계에선 앞으로 중국을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보고 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원료 확보처를 다양화해 자체 공급망 역량도 강화하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힘을 쏟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북미에서 리튬 광산을 운영 중인 호주기업 그린테크놀로지메탈스와 리튬 정광 공급·지분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리튬정광은 배터리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핵심 광물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5년 동안 그린테크놀로지메탈스가 매년 생산하는 리튬 정광 총생산량의 25%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또 지분 투자를 계기로 중장기적으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김명환 LG에너지솔루션 CPO(생산·구매 최고책임자) 사장은 “이번 협력은 핵심 전략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핵심광물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미국 IRA 본격 시행에 맞춰 차별화된 원재료 공급 안정성 및 원가경쟁력으로 고객들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공급망 강화를 위해 전 세계 기업들과 협력하며 힘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독일 벌칸에너지와 5년간 수산화리튬 4만5천 톤 공급계약 체결, 호주 라이온타운과 5년간 수산화리튬 원재료 리튬 정광 70만 톤 확보, 세계 1위 리튬 보유국 칠레의 대표 리튬 업체 SQM과 9년간 수산화·탄산리튬 5만5천 톤 공급 계약 등을 이뤄냈다.

또한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 아발론, 스노우레이크로부터 황산코발트 7천 톤, 수산화리튬 25만5천 톤 공급 업무협약 체결 등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사업자들과 협력하며 공급망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다만 광물 채굴 단계에서 제련·가공, 중간 소재에 이르기까지 현재로선 중국을 빗겨나갈 도리가 없는 탓에 LG에너지솔루션은 자체 공급망 강화와 함께 미국 이외 지역에서 사업을 위해 중국기업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IRA에도 무시 못 할 중국 배터리 공급망, LG엔솔 밸류체인 강화 더 힘 줘

▲ LG에너지솔루션은 원재료 공급망 강화를 위해 전 세계 기업들과 협력하며 힘쓰고 있다. 사진은 리튬 생산 광산의 모습. <마이닝닷컴>

LG에너지솔루션은 4월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 선두업체 야화와 아프리카 모로코 지역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산화리튬은 양극재 핵심 원료인 니켈과 합성하기 쉬워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하이니켈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로 쓰인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이자 원료 공급처인 LG화학은 양극재의 핵심 중간소재인 전구체 생산능력을 강화하며 소재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는데 역시 중국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LG화학은 4월 중국 화유코발트,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개발청, 한국농어촌공사 등과 전구체 공장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LG화학과 화유코발트가 2028년까지 1조2천억 원을 투자해 새만금산업단지 6공구에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착공해 2026년 1차로 5만 톤의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양면적 공급망 강화 노력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생산능력·기술역량 등과 시너지를 내며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노우호 SK증권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유럽의 생산 현지화, 생산 공급망 구축, 인력관리와 해외생산에 누적된 노하우 등으로 최고 수준(톱티어)의 경쟁력을 보이게 될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무형자산인 ‘해외 운영(오퍼레이션) 역량’은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라고 바라봤다. 전찬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