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유상증자로 경영정상화 발판을 마련할까?

박 사장은 2분기에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하반기 실적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유동성 확보에도 숨통이 틔여 경영정상화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일 “삼성중공업은 운전자금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통한 유동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2조 규모 유상증자 성공할까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삼성중공업은 1분기 말 기준으로 순차입금의 규모가 모두 4조2천억 원에 이르는 반면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모두 1조8천억 원에 그친다.

삼성중공업은 상반기에 자금수지 적자 1조3천억 원을 본데 이어 하반기에도 1조6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상증자가 절실하다고 이 연구원은 봤다.

삼성중공업은 2분기 실적발표 뒤 컨퍼런스콜에서도 “단기적인 유동성 부족을 해소할뿐 아니라 향후 조선업계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경우에도 대비해 유상증자 수준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얼마나 유상증자를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박 사장은 6월 조선업계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우리가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검토해야 한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유상증자를 위한 사전작업을 끝냈다. 삼성중공업은 19일 임시주총을 열고 발행가능한 주식수 기존 3억 주에서 5억 주로 늘리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이 이때까지 발행한 주식수가 모두 2억3099만 주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중공업은 정관변경 뒤 2억6900만 주를 신규발행할 수 있다.

업계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초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점을 참고해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 규모를 추정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위해 발행 가능한 주식수를 기존보다 2억4천만 주 늘렸는데 이 가운데 1억5600만 주에 대해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신주발행가격은 기존 주식보다 15% 할인된 가격으로 정해졌다.

이를 놓고 볼 때 삼성중공업이 추가로 발행하는 2억 주에 대해 이날 종가(9540원) 기준 15%의 할인율로 신주를 발행하면 약 1억6천만 원 이상의 금액을 조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문제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삼성중공업은 7월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지분 17.61%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삼성생명(3.38%)와 삼성전기(2.38%) 등을 포함한 삼성그룹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중공업 지분은 모두 24.08%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 사례와 같이 구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통해 유상증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보유하고 있는 삼성중공업 지분에 따라 유상증자 참여규모가 결정된다.

삼성중공업이 1조6천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삼성중공업에 지원해야 하는 자금은 모두 3853억 원이 된다.

삼성중공업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는 2817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실권주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배정 물량에 20%를 더하는 초과청약이 진행될 경우 삼성전자의 부담은 3381억 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해도 조선업황이 침체 국면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 자본이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현재 상법에 따르면 기업의 타법인 출자(유상증자 참여)는 주주총회의 결정사항이 아니라 이사회의 결정만으로도 가능하다. 사실상 삼성그룹 오너일가의 판단이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박 사장은 “대주주의 유상증자 참여는 삼성전자가 나름대로 이사회에서 (안건을) 통과시켜야 정해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 외국계 자본이 삼성그룹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며 삼성그룹이 곤욕을 치뤘던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유상증자 참여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