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중동 환경사업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박 사장은 공격적 인수합병 전략으로 2년 만에 환경사업분야 1위 에코비트를 앞지르면서 환경기업으로 입지를 구축했다. 올해부터는 인공지능(AI) 소각 솔루션 등 기술력을 앞세워 해외로 보폭을 넓히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 해외로, 박경일 베트남 이어 중동 공략 시동 걸어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중동 환경사업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12일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회사는 정부의 중동 녹색산업 수주지원단에 포함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되는 녹색기술 설명회 등에 참석한다. 녹색산업 수주지원단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단장으로 13일부터 19일까지 사우디와 이집트 등을 방문해 폐자원 에너지화, 그린수소, 해수담수화 등 분야 한국기업과 기술을 소개한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수주지원단에 참여해 사우디 현지 관계자들 앞에서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소각로 운영 기술을 선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번 일정에서 사우디 투자부 장관, 사우디 환경수자원농업부 장관 등과 녹색전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등을 체결하고 회의를 진행한다. 이에 따라 SK에코플랜트 역시 현지 사업 수요 등 실질적 사업 진출 가능성도 살펴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박 사장은 올해 베트남을 시작으로 환경사업 해외진출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소각 등 국내 폐기물처리시장에서 안정적 입지를 확보한 만큼 해외시장에서 사업을 더 키우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박 사장은 3월 베트남 산업폐기물 처리기업 그린스타 등과 베트남 소각시설에 SK에코플랜트의 소각로 운영 최적화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기술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환경오염, 기후변화 문제가 세계 각국의 정책과제로 떠오른 만큼 소각로의 효율을 높여주고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주는 고도화기술 수요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바라봤다. 

SK에코플랜트가 이번에 사우디에서 선보이는 소각로 인공지능 운전 최적화 솔루션은 소각시설의 운전 데이터를 분석해 소각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고 배출가스 유해물질 농도 등을 제어해준다.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산하 소각시설 5곳에 인공지능 솔루션을 적용한 결과 일반 소각시설보다 일산화탄소 발생량은 49.7%, 질소산화물 발생량은 12.4% 감소했다.

박 사장은 올해 1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환경시설관리의 소각시설을 방문했을 때 인공지능 솔루션을 소개하며 “혁신기술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환경부와 협력을 더욱 강화해 성장성 높은 글로벌 환경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또 환경산업의 해외진출과 혁신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사우디 녹색기술 설명회는 SK에코플랜트가 중동 폐기물처리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 녹색산업 수주지원단은 이번 사우디 방문 일정에서 기술발표에 더해 사우디 현지 바이어 등과 수출상담회도 진행한다. 사우디 정부도 이번 한-사우디 녹색산업 로드쇼를 통해 환경정책 방향 등을 공유한다.

사우디 환경부는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폐기물의 90%를 재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하지만 이를 위한 폐기물처리기술, 폐기물의 자원화기술 등이 부재하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SK에코플랜트가 폐기물처리 기술을 들고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열려있는 셈이다.

사우디 등 중동지역 20개 국가는 앞서 2021년 10월 탄소배출량을 현재 기준의 60%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자협의체 ‘중동 그린 이니셔티브’를 설립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중동 그린 이니셔티브를 통해 중동지역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등 녹색산업에 약 12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동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소각 등 폐기물처리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알리드마켓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세계 생활·건설 폐기물 등 다운스트림 폐기물시장은 2030년까지 해마다 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전자 폐기물시장은 13%, 폐플라스틱시장은 8% 수준으로 증대할 것으로 예상됐다.

SK에코플랜트는 앞서 2020년 인수한 종합환경회사 환경시설관리 보유 소각시설 4개를 통해 의료 소각시장 점유율 23%, 일반 소각시장 점유율 8%를 확보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 소각시장과 수처리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소각과 수처리, 매립 등 환경사업부문 전체 매출은 2021년 4408억 원에서 2022년 7823억 원으로 한 해 동안 77.4% 증가하며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5114억 원)와 해외(2708억 원)을 더한 전체 매출로 기존 환경사업분야 1위 기업 에코비트(6427억 원)도 넘어섰다. 

SK에코플랜트 전체 매출에서 환경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0%에서 2021년 7.09%, 2022년 10.36%로 늘어나고 있다.

박 사장은 2023년 1월 신년사를 통해 “2023년은 환경·에너지 사업자로서 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한 준비의 한 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국영 종합환경기업 센바이로 지분 30%를 인수했고 올해 CES 2023에서는 폐기물 자원화와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을 세계시장에 소개하는 등 해외사업 보폭을 넓혔다.

SK에코플랜트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폐기물처리, 수처리 등 환경사업과 연료전지, 그린수소 등 에너지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세계 각국에서 순환경제, 탄소감축이 중요한 정책과제로 떠오르면서 소각, 매립 등 환경사업분야에서도 탄소감축 등 친환경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환경사업은 시설장치 관리의 성격이 큰 만큼 기술 수출을 통해 운영 노하우 등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