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12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올라 경영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장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함께 이번 임시 주총에서 처리될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 안건은 통과를 장담하기 힘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인적분할 안건이 오너 일가의 경영 승계를 위한 지배력 강화 목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 11일 재계에 따르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사진)이 12일 등기임원 복귀가 유력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12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리는 동국제강 임시 주총은 앞으로 경영 승계를 포함한 지배구조와 관련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임시 주총에는 장 회장의 사내이사 복귀와 지주사전환 안건이 상정된다.
지주사전환 안건은 동국제강을 인적분할해 존속회사 '동국홀딩스'와 분할 신설회사인 열연사업부 '동국제강', 냉연사업부 '동국씨엠' 등 3개사로 재편하는 내용이다.
두 안건의 처리 여부에 따라 동국제강의 지배구조는 크게 바뀔 수 있다.
우선 장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 회장 지분 13.52%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26.26%인 데다 우호지분까지 합하면 36%가량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내이사 선임은 보통결의인 만큼 출석 주주 과반수와 발행주식 4분의 1 이상이면 통과될 수 있어 장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무난한 처리가 예상된다.
장 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8년 만에 동국제강 등기임원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하게 된다.
장 회장은 2015년 5월 수백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뿐 아니라 회삿돈으로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후 2015년 6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이후 2016년 11월 대법원은 장 회장에게 횡령, 배임, 원정도박 등 혐의에 대해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4억 원의 선고를 내렸다.
장 회장은 2018년 4월 가석방됐지만 5년간 취업제한에 묶여 있었으나 지난해 8월 특별사면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길이 열렸다.
장 회장이 복귀하게 되면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회장과 형제경영 체제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전까지 장 부회장은 미등기임원인 장 회장과 주요 현안을 상의할 정도로 형제 사이 우애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회장이 사내이사에 오르면 형제경영 체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다만 장 회장의 경영 승계와 관련한 지주사 전환 안건 통과와 관련해서는 안갯속에 쌓여 있다는 시각이 많다.
동국제강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 안건이 통과되면 지주사는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이, 사업회사 2곳은 전문경영인이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인적분할 안건을 놓고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거세다.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가 갖춰지면 장 회장이 지주사 유상증자에 사업회사 지분을 현물출자해 지주사 지분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례로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놓고 오너경영권 강화 포석이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는데 실제 올해 1월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소액주주의 반대로 최종 부결됐다.
당시 현대백화점 최대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6%로 우호지분까지 포함한 장 회장 측 지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 점에서 장 회장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동국제강에선 이번 임시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했다.
최근 동국제강은 3월27일 공시를 통해 주주환원 정책으로 △최소한의 투자 수익을 보장하는 '최저 배당기준' △주주 잉여 현금흐름에 대해 30%를 최대 배당금액으로 설정하는 '최대 배당기준' △2개년 연속 당기순손실이 아닐 시 적자 배당 시행 등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런 주주환원 정책이 인적분할을 통해 오너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이라는 비판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장세주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인적분할 뒤 지주사 유상증자에 사업회사 지분을 현물출자하면 최대 약 80%선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에선 장 회장의 아들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가 경영 승계를 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장 전무의 동국제강 지분은 1%에 미치지 못한다. 장 회장의 지주사 지분이 높아질수록 앞으로 경영 승계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가 지배주주의 추가적인 출연 없는 경영권 강화로 이어져 외부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하지만 오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에는 진척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