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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와 경제] 현몽으로 점지 받은 명당, 충북 보은 우당 고택 (2)

류인학 khcrystal@hanmail.net 2023-04-04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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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와 경제] 현몽으로 점지 받은 명당, 충북 보은 우당 고택 (2)
▲ 1990년대에 충북 보은 우당 고택에 고시원이 마련됐다. 사진은 사랑채 전경. <문화재청>
[비즈니스포스트] 우당 고택이 있는 장안면 개안리 서쪽 마을은 장안면 장안리입니다. 장안리의 옛 이름은 장내입니다.

장안리 개안리 일대는 1893년에 동학교도들이 모여 1864년에 처형당한 최제우 선생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나라에 탄원하는 집회를 열었던 아주 유서 깊은 곳입니다. 이 집회는 지금 보은 집회라 불립니다.

최제우 선생이 순교한 뒤, 2대 교주 최시형 선생을 비롯한 동학 지도부는 혹독한 탄압을 받으며 도피 생활을 했습니다. 또, 이리저리 숨어 다니는 중에도 전도에 힘썼습니다.

이에 동학의 교세는 날로 커져 남한 지역 전체에 많은 교도가 생기고 황해도 평안도에도 입도하는 이들이 점점 늘었습니다.

이렇게 교세가 커지자, 교단 전체에 중요한 소식을 빨리 전하고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지도부는 1885년 남한 지역의 중앙에 위치한 장안면 장안리에 대도소를 두고 이곳을 본부로 삼았습니다.

장안리 대도소는 1893년까지 본부 역할을 했습니다. 1893년 보은 집회 이후엔 감시 탄압을 피해 최시형 선생이 은거하던 인근의 옥천군 청산면 한곡리에 임시 대도소를 두고 이곳으로 본부를 옮겼습니다. 최시형 선생은 한곡리 대도소에서 동학농민혁명을 지원했습니다.

장안리에 본부가 있던 시기 동학의 교세는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성장헀습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존귀하게 사는 세상을 갈망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동학교도가 되었습니다.

이 기간 교도의 수가 이전보다 열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혹독한 탄압에도 이처럼 수많은 민중이 열렬히 지지하고 성원했기에 동학농민 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보은 집회는 2만 명 이상이 모여 20여 일 동안 열렸습니다. 관군과의 충돌도 많이 염려됐으나 다행히 평화롭게 잘 마쳤습니다. 장안리에 본부가 있었던 시기에 동학 교세가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보은 집회도 대성황을 이루며 평화롭게 끝난 것은 장안리 개안리 일대에 서려 있는 아주 빼어난 기운 덕분이라고 봅니다.

1924년 우당 선영홍 선생이 별세한 뒤 선친의 가업을 이어받은 선정훈 선생은 선친처럼 많은 선덕을 쌓았습니다.

그의 선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가난한 이들을 구제한 일이고, 둘째는 가난한 집안의 인재들을 위한 교육 사업이었으며, 세번째는 곤경에 처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준 것이었습니다.

그는 우선 가난한 소작인들을 위해 소작료를 파격적으로 적게 받았습니다. 그 덕에 선친이 살아 있을 때처럼 선씨댁 소작인들은 춘궁기에도 양식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가난한 빈민들은 해마다 봄이 되면 양식이 부족하여 굶을 때가 많았습니다.

선정훈 선생은 만주의 좁쌀을 많이 사서 춘궁기와 흉년에 보은 지역의 굶주리는 빈민들에게 나눠줬습니다. 그 외에도 인근 마을에 긴급한 구호가 필요한 이들이 생기면 발 벗고 나서서 도왔습니다. 

선생의 교육 사업은 매우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일제침략과 함께 우리나라엔 서양 문물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도도하게 밀려오는 서양 문물에 밀려 우리 고유의 문물은 조금씩 사라져 갔습니다.

특히 학문과 교육 분야는 아주 급속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정규학교에서는 신학문인 서양 학문만 가르쳤습니다. 우리의 오랜 지적 자산인 한학은 소외되어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를 염려한 선생은 1926년 자신의 집 옆에 한학을 교육하는 기숙학교 관선정을 세웠습니다.

관선정은 정규학교가 아니고 한학을 가르치는 일종의 대안학교였습니다. 학비와 숙식비 모두 무료라서 학생 중에는 가난한 집안의 인재들이 많았습니다.

1927년부터는 당대 최고의 유학자 중 한 분이었던 홍치유 선생이 교사로 부임하여 1939년까지 12년 동안 학생들을 지도했습니다.

홍치유 선생은 민족의식이 매우 강했던 분이라 학생들에게 한학 뿐 아니라 우리 역사도 가르쳤습니다. 선생의 영향으로 학생들도 민족의식이 강해 일제의 미움을 받게 되었고, 1939년 관선정은 일제의 강압으로 폐교당합니다.

관선정에서 장기간 교육받은 동문은 200여 명이며, 1년 2년 단기간 공부한 이들까지 합치면, 동문이 500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들에 의해 한학의 명맥이 한층 튼튼해졌는데 이들 중 가장 유명한 한학자는 임창순 선생과 변시연 선생입니다. 선정훈 선생은 보은향교에도 교육시설을 지어줬고, 신학문을 가르치는 정규학교를 세우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선생은 경제적인 문제 외에 다른 일로 곤경에 처한 이들도 많이 도왔습니다. 해방 후 좌우 이념 대립이 심할 때였습니다. 우당 고택 인근 마을에도 남로당에 입당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이 남한의 군경에게 잡혀 많은 고초를 겪게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습니다. 선생은 백방으로 구명 운동을 하여 이들을 구했습니다.

이러한 선생의 선덕으로 지역 공동체가 더욱 화목해지고 평화로워졌습니다. 6·25 전란 중 북한군이 남침했을 때, 북한군에게 점령당한 지역에선 많은 우익 인사들과 부호들이 목숨을 잃거나 큰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우당 고택 사람들은 특별한 선행으로 뭇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기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우당 고택은 아군 비행기의 오폭으로 바깥 행랑채가 파괴되는 피해만 입었습니다.

선정훈 선생은 1963년에 타계했습니다. 그리고 고택 터의 지기가 쇠약해지며 우당 고택의 가세는 많이 위축되었습니다.

1980년대엔 해마다 모셔야 하는 수많은 제사 비용을 감당하기도 벅찼다고 합니다. 우당 고택의 종부인 아당 김정옥 여사는 결혼 패물까지 팔아서 조상님들의 제사를 모셨다고 합니다.

지난 회에 고택 터를 자문해준 풍수가가 집을 지은 후 70~80년 뒤에 가운이 다시 회복되기 시작한다고 예언한 이야기를 말씀드렸습니다.

그 70년 후인 1990년대에 종부 김정옥 여사는 우당 고택에 고시원을 열었습니다. 수험생들의 어려운 사정을 배려하여 적은 비용을 받았는데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인데도 많은 수험생이 찾아왔습니다.

1000여 명이나 되는 수험생이 여기서 공부했고 그 중 사법고시 합격자가 50여 명이나 됩니다. 행정직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과 공사에 입사한 수험생은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옛날 관선정에서 공부한 인재들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은 인재들이 우당 고택의 빼어난 정기를 받으며 공부했던 것입니다. 그들 중에는 우당선생 남헌 선생의 선행에 감화되어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우당 고택에는 350년이나 전해 내려온 씨간장이 있습니다. 종부 김정옥 여사는 고택을 세운 지 80여 년이 되는 2000년대 초부터 이 씨간장을 활용해 간장 고추장 된장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아당골이란 이름으로 판매되는 우당 고택의 장류는 특별한 명품으로 많은 이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우당 고택의 역사도 100년이나 되었습니다. 고택의 명성을 듣고, 또 선씨 가문의 선행에 감동하여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고택 터의 훌륭한 정기가 활짝 다시 피어나고 고택의 가운도 부흥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과거 전성기 때보다 몇 배 더 크게 번창하여 어려운 이들과 세상을 위해 더 많은 선덕을 쌓고, 그 선한 영향력이 멀리멀리 퍼져가길 기원해 봅니다. 또, 그렇게 되리라고 봅니다. 류인학/자유기고가, '문화일보'에 한국의 명산을 답사하며 쓴 글 ‘배달의 산하’, 구도소설 ‘자하도를 찾아서’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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