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송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원 명예교수가 3월31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 없는 인공지능(AI)은 사상누각이라고 지적했다. |
[비즈니스포스트] 문송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원 명예교수가 국내 기업들이 챗GPT 등 인공지능(AI)에서 얻을 수 있는 열매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3월31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중간이 완전히 허공인 상태”라며 “하부 구조 없이 바로 상부로 가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맨 꼭대기(생성형AI)를 만들었는데 밑에서 받쳐주는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그냥 폐기물이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라는 두 개의 기반이 갖춰진 뒤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챗GPT같은 생성형AI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최근 챗GPT 열풍으로 국내 기업들은 앞다퉈 생성형AI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생성형AI는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공기능 기술을 말한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한국어 특화 버전의 코GPT 3.5를 올해 상반기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 KT, SK텔레콤, LGCNS 등도 현재 초거대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문 교수는 현재 국내 기업들은 지금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에 대한 기반 없이 인공지능(AI)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연구개발 방식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운영체계와 데이터베이스라는 기반 없이 만들어진 인공지능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에 충격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구글의 독자적인 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와 독자적 데이터베이스엔진 ‘F1’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문 교수는 “국내에서도 챗GPT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외국 기업 좋은 일만 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가져갈 수 있는 열매는 없다는 의미”라고 잘라 말했다. 지금 정부나 지자체에서 인공지능에 쓰는 돈이 엄청난데 운영체제나 데이터베이스 없이는 인공지능에 몇 조, 몇 경 써봐야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동차를 비유로 들며 “체코에서 독일 폭스바겐 엔진 가져다가 자동차 조립한다고 체코 자동차라고 인정 하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라며 “인공지능은 자동차에서 바퀴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1996년 수퍼컴퓨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전산학박사를 1980년대 초에 취득한 ‘국가전산학박사 1호’다. 1980년대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전산학과, 1990년대 케임브리지 대학교 전산학과, 2010년대 뉴캐슬대학교 전산학과에서 교수를 지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