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상장폐지 위기를 이겨낸 신라젠이 신규 후보물질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도 연구개발비 부담을 대폭 줄였다. 

신사업인 커머스사업 육성으로 자체 매출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해 '돈 버는 신약개발기업'에 다가가고 있다.
 
신라젠 '돈 버는' 신약개발기업 향해 한걸음 더, 비결은 커머스사업

▲ 신라젠이 커머스사업을 육성해 신약개발에 따른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24일 신라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021년 2965.7%에서 지난해 187.72%로 약 2800%포인트 급락했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 규모는 75억 원에서 94억 원으로 뛰었는데 오히려 비중은 크게 축소된 것이다. 

이는 매출 증가에 따른 효과다. 신라젠 매출은 2021년 2억5천만 원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50억1천만 원으로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당연히 코스닥 관리종목 지정요건인 '최근 사업연도 매출 30억 원 미만'에서도 벗어났다.

매출 대부분은 지난해 초 신설된 커머스사업그룹으로부터 나왔다. 커머스사업그룹은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 헬스케어 기기 등을 판매한다. 주로 홈쇼핑 채널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판매 품목이나 브랜드는 회사와 홈쇼핑 측의 협의로 공개하지 않지만 실적만 보면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커머스사업으로 인해 신라젠의 재무구조가 완전히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라젠 영업손실은 2021년 203억 원에서 2022년 245억 원으로 오히려 불어났다. 

그러나 여기에는 지난해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로부터 후보물질을 도입하기 위해 사용된 계약금 200억 원이 반영됐다. 이를 고려하면 커머스사업이 적자 확대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라젠이 커머스사업에 뛰어든 까닭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 신약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신라젠이 다양한 후보물질 개발에 힘쓰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신규사업 육성은 더욱 의미가 크다.

신라젠은 전 대표이사 등 경영진의 횡령 혐의로 인해 상장폐지 위기를 겪었으나 지난해 10월 코스닥에서 상장유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완전히 정상화됐다. 이후 각종 후보물질 임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신약개발기업으로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신라젠은 앞서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항암제 ‘BAL0891’의 미국 임상1상을 올해 2월 시작했다. 전이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평가한 뒤 세포독성 항암제 '파클리탁셀'과 병용 임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기존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을 잇는 신규 후보물질 'SJ-600' 시리즈도 있다. SJ-600 시리즈는 항암 바이러스가 체내 면역체계를 피해 암세포에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하게 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올해 임상 진입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신라젠은 이런 후보물질들에 대해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기술수출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앞으로 커머스사업뿐 아니라 바이오사업을 통해서도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커머스사업의 매출은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며 수익성 높은 아이템을 계속 발굴할 것이다"며 "기술특례 상장유지 조건인 연매출 30억 규정에 대한 리스크가 없는 만큼 신약개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