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 기업의 이사회는 경영진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최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주요 기업의 주총이 이어지고 있는데 과연 이사회 구성은 바뀌었을까? 바뀌었다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바뀌었을까?
 
헤드헌팅사 본부장 좌담, "기업이 선호하는 사외이사 유형이 달라졌다"

▲ 이영미 커리어케어 수석부사장.


비즈니스포스트는 20일 커리어케어의 이영미 수석 부사장과 윤승연 부사장을 초청해 최근 기업의 사외이사 선임 트렌드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수석 부사장과 윤 부사장은 모두 커리어케어의 헤드헌팅 조직을 이끌고 있는 본부장이다.

커리어케어는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로 국내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있다. 

이사회 중요성 커지면서 사외이사 책무 무거워져 

윤승연 부사장(이하 윤) : 이사회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사외이사의 위상도 꽤 높아졌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이사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영미 수석 부사장(이하 이) : 사외이사들 스스로 느끼는 책임의식도 달라졌다.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기 때문에 경영현안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회의에 참석하는 것 만으로도 의무를 어느 정도 이행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사전에 이사회 서류를 살피고 담당자를 만나 의견을 듣기도 한다. 이사회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기본이 됐다. 

윤 : 사외이사가 자진 사퇴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 역할이 이전보다 커진 방증이라고 본다.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출석률 만으로 사외이사 활동을 평가하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 

이 :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도 사외이사가 참여하기 때문에 회사의 사업 방향과 내용을 알아야 하고 현황도 면밀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금융지주나 포스코, KT, KT&G처럼 지배적 대주주가 없는 기업은 사외이사들이 CEO 선임에 큰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좋은 사외이사 선임을 위해 각고의 노력 쏟아 

윤 : 사외이사의 역할이 커진 만큼 사외이사 후보 검증이 강화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요즈음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대부분의 기업에서 평판조회가 필수절차로 자리 잡았다. 

이 : 맞다. 이제 평판조회를 진행하지 않고 적당히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헤드헌팅회사에 평판조회를 맡기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 됐다. 이 때문인지 커리어케어의 평판조회 전담조직인 씨렌즈센터가 사외이사 평판조회로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윤 : 검증은 물론이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도 서치펌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임직원의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 방식으로 찾고 검증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후보 추천시기도 상당히 앞당겨졌는데 주주총회 1년 전부터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주총 몇 달 앞두고 급하게 후보를 찾던 관행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헤드헌팅사 본부장 좌담, "기업이 선호하는 사외이사 유형이 달라졌다"

▲ 윤승연 커리어케어 부사장.



이 : 좋은 후보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심해진 결과다. 사외이사를 찾는 기업은 많은데 적합한 후보가 많지 않다 보니 좋은 후보를 두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동시에 두 기업의 사외이사만 맡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도 후보자도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미리 물밑작업을 한다. 

윤 : 심지어 금융지주와 은행은 한 기업에서만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있다. 그렇다고 처우가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닌데 책임은 더 무겁다. 그러다보니 헤드헌터들이 좋은 사외이사 후보를 찾아서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사외이사 선임에 다양성 강화돼

이 : 사외이사의 출신 배경도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최근 기업이 추천을 요청한 사외이사들의 공통점은 비즈니스, 여성, ESG다. 교수나 관료 출신보다 사업경험이 풍부한 경영자를 선호한다. 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사외이사 수요도 늘었다. 글로벌 트렌드인 ESG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관심이 커져 있다. 

윤 : 하나 더 꼽자면 법률전문가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해외사업 비중이 큰 기업, 합작투자나 해외기업 인수를 염두에 둔 기업, IP(지식재산) 분쟁이나 국제적 갈등 이슈가 있는 기업들이 통상이나 국제중재 경험이 풍부한 법조인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있다. 

이 : 여성이면서 ESG전문가, 여성이면서 전직 CEO, 혹은 경영자 출신으로 ESG에 조예가 깊은 후보자라면 몸값이 뛴다. 젊은 사외외사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사외이사들의 연령대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윤 : 오너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기업들이 많은 데다 전반적으로 경영진이 젊어지는 추세여서 그런 것 같다. 전체적으로 이사회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다. 아마도 다양한 시각이 공존해야 이사회에서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사회의 다양성이 확산되는 것은 평가할만한 현상이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