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가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의 선임을 지지하면서 지분 44%를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KT 소액주주들에 이어 외국인투자자의 표심까지 얻게 된다면 윤경림 후보의 대표이사 선임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KT 대표 선임 두고 주주들 표대결 양상, 윤경림 고민 점점 깊어져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사진)가 소액주주와 외국인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주주들로부터는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다만 주주들의 지지세 확산에도 불구하고 KT는 통신사업 특성상 정부 규제에 노출돼 있는 만큼 여당과 국민연금공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윤경림 후보는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ISS와 함께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불리는 글래스루이스가 윤 후보를 지지하면서 31일 열리는 KT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 예측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우선 KT 최대주주(지분율 10.12%, 2022년 말 기준)인 국민연금공단은 KT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던 만큼 윤 후보의 선임에 반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에서 윤 후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센 만큼 국민연금이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7명은 2일 “윤 후보는 대표 선임 업무를 하고 있는 이사회의 현직 멤버로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이라 출마 자격이 없다”며 “KT 이사회가 윤 사장을 후보군에 넣어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KT 2대주주(지분율 7.79%)인 현대자동차그룹도 윤 후보 선임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차기 대표 선임에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을 KT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KT 지분 5.58%)도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인 것을 감안하면 윤 후보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되면 윤 후보는 이미 23% 정도의 대주주 표를 잃고 시작하는 셈이다.

윤 후보가 주총에서 선임되기 위해서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KT 지분 44%를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윤 후보를 지지한다면 대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총을 통과할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KT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외국자본은 영국계 투자사 실체스터인터내셔날로 KT 지분 5.07%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2020년 KT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공격적인 주주활동을 이미 예고했다.

또 미국 자산운용사 티로우 프라이스도 KT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현재 5.04%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계 투자사는 정치적 문제를 배제하고 투자자로서 장기투자 수익률을 고려해 표를 던지게 되는데 내부 출신으로 최근 KT 성장의 주역이기도 한 윤 후보에게 우호적일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또 글래스루이스의 찬성 권고안도 윤 후보에게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KT 소액 주주들도 윤 후보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KT 대표 선임 두고 주주들 표대결 양상, 윤경림 고민 점점 깊어져

▲ KT는 통신사업 특성상 정부의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어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의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KT 주총 전자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네이버 카페 ‘KT 주주모임’에는 차기 대표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실시간 인증글이 올라오고 있다. 14일 오후 2시 기준 카페에 가입한 소액 주주들이 보유한 KT 주식은 339만5천 주로 KT 전체 발행 주식의 약 1.3%에 이른다.

다만 윤경림 후보의 주주총회에서 과반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 대표이사에 선임된다고 해도 논란은 끝나지 않을 수 있다.

통신산업 특성상 KT는 정부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고 스마트팩토리, 로봇, 인공지능 등 디지털 신사업에서는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 원치 않는 인물이 KT 수장을 맡게 되면 향후 경영활동에 일부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수사 압박도 향후 윤 후보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친여 성향으로 여겨지는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은 10일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과 윤경림 후보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구 사장과 윤 후보가 KT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 관리업체인 KDFS에 몰아줬고 KT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고 주장하고 있다. KT 측에서는 입장문을 내어 이런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KT의 대표 선임을 두고 정치권 외압 논란이 확대되는 현 상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관치금융,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국민연금 이사장 등이 선제적으로 소유분산기업 대표 선임의 적부 여부를 언론에 흘리는 것은 자칫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원칙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며 “정부의 민간기업 대표 인사 개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