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경영권 인수를 위해 공개매수 카드를 꺼내들면서 본격적인 '쩐의 전쟁'이 시작될 태세다.
카카오는 에스엠 주식을 주당 15만 원에 전부 1조2500억 원을 들여 지분 35%를 사들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에스엠 주가가 공개매수 소식에 힘입어 15만 원에 가깝게 급등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공개매수에 응할지 시장의 관심이 몰린다.
▲ 7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시를 통해 에스엠 일반주주들로부터 공개매수 청약을 받는다고 밝혔다. |
7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시를 통해 에스엠 일반주주들로부터 공개매수 청약을 받는다고 밝혔다. 마감일은 24일 장 마감 시각까지다.
공개매수는 주식의 매입 기간과 매수가격, 수량 등을 제시하고 공개적으로 사들이는 방법을 뜻한다. 대량으로 특정 종목의 주식을 확보할 때 사용된다.
카카오에 앞서 하이브가 에스엠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섰다. 하이브는 앞서 2월10일부터 2월28일까지 12만 원에 공개매수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에스엠 주가가 12만 원을 넘어서면서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해당기간 동안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은 23만3817주로 갤럭시아에스엠이 매도한 수량을 제외하면 단 4주만이 공개매수에 응했다.
이를 지켜본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3만 원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공개매수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선언하기 앞서 에스엠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한 기타법인의 정체도 밝혀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16일(849억 원)과 2월28일(1340억 원) 기타법인이 에스엠 주식을 대량으로 순매수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카카오측의 개입이라는 추측이 오갔는데 이날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월28일, 3월2~3일 에스엠 주식을 장내 거래를 통해 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둘의 평균 취득단가는 12만3585.5원이다.
주식을 5%이상 보유하게 되면 공시의무가 생기게 되는 점을 의식해 카카오는 장내거래를 통해 전부 4.91%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는 여기에 공개매수로 지분을 최대 35% 확보해 최대주주의 위치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두 차례 공개매수 시도를 통해 확인됐듯 에스엠을 둘러싼 머니게임이 격화되면서 투자자들은 15만 원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에스엠 주가는 전날보다 15.07% 급등한 14만9700원에 장을 마쳤다. 에스엠 주가는 연초 7만5200원에서 100% 가깝게 치솟았다.
만약 주가가 15만 원을 돌파한다면 장내에서 매도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없어지게 된다. 여기에 장외매도시 수익에 대해 추가로 부과되는 수수료도 감안해야 한다.
과거 하이브의 공개매수 사례를 살펴보면 에스엠 주가는 공개매수가 발표된 당일 16.45% 급등하며 11만4700원에 형성됐다. 이후 주가는 상승을 거듭해 3거래일 뒤인 15일 12만 원을 넘긴 뒤 13만 원 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로써 에스엠 투자자들은 조급할 필요 없이 에스엠 주가 추이를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공개매수 방식에 따르면 카카오는 신청된 주식물량을 선착순으로 매도하지 않고 공개매수기간 종료 이후 일정한 비율에 따라 고르게 나눠 매수하게 된다.
에스엠 투자자들은 카카오의 공개매수 실패를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카카오가 제시한 15만 원을 넘어서면서 카카오나 하이브가 이보다 높은 가격에 재차 공개매수를 진행하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다만 이들 바람대로 하이브가 공개매수 가격을 높여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대응하려면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자금의 대부분을 사용했다. 이에 공개매수를 위해 3200억 원을 차입한 상황이다.
만약 하이브가 앞선 공개매수와 같이 2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고자 한다면 미달한 571만8009주를 추가로 매수해야 한다.
하이브가 카카오와 같은 15만 원에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8557억 원이 필요하다. 공개매수 가격이 보통 공시 전날 주가의 15%가량 높은 가격에 제시된다는 점을 감안해 17만 원 이상으로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가정한다면 9721억 원 보다 많은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에스엠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31일 주주총회에서 결판날 예정이다.
이성수, 탁영준 에스엠 공동대표가 연임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사진 구성을 놓고 표대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에스엠 측에서는 앞서 11인의 새로운 이사진 후보 명단을 공개했으며 하이브 역시 7명을 경영진 후보로 제안한 바 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