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이사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놓고 하이브와 정면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과 하이브 사이 공방전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지만 하이브의 법적 대응 방침에 김 대표도 전략 수정을 예고했다.
 
[오늘Who] '목소리' 내는 카카오엔터 김성수, SM 경영권 인수 나서나

▲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적극적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이사.


27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앞으로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가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몸을 사릴 것이란 예상을 깨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맺은 사업협력 계약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이브를 향해 “3사의 사업협력 계약이 기존 주주의 이익을 훼손한다는 하이브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계약서의 일부 문구를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해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한 하이브에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하이브는 지난 24일 해당 계약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로 체결됐다며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을 향해 형사고발과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성수 대표는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에게 본 계약과 관련된 세부적 의사결정을 모두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SM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현재의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며 카카오와 긴밀하게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업계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말한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하이브도 김 대표의 입장문이 공개되자 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와의 사업적 협력 대신 적극적 경영 참여를 하겠다는 선언인지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카카오는 지난 7일 SM엔터테인먼트 사업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추가 지분 취득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물론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궁극적으로는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란 시선이 우세했지만 적어도 그 시점은 이수만 창업자의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온 다음일 것으로 예상했다.

상법에 따르면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새 주식을 배정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 사이 계약의 주된 목적이 경영권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은 이 창업자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있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9.05% 취득이 무산된다. SM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가 날선 공방을 주고받을 때에도 카카오가 한발 물러나 있는 모양새를 취했던 이유다.

그러다 지난 24일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에 카카오와 세부사항 계약 중단을 요구하며 법정 대응을 예고하자 김 대표도 적극적 공세로 자세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외에도 공개매수를 통한 추가 지분 취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하이브가 일반주주들의 주식 25%를 12만 원에 공개매수 하겠다고 밝힌 만큼 카카오도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12만 원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은 28일 오후 3시30분까지이며 하이브는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혀 왔다. 27일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은 12만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은 충분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를 포함한 글로벌 투자회사로부터 1조1539억 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그 중 일부인 8975억 원은 24일 입금이 완료됐다.

게다가 모기업인 카카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4조5552억 원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하이브가 지난해 3분기까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030억 원이다. 12만 원에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해도 가진 현금을 모두 동원해야 가능하다.

대기업인 카카오가 공개매수 가격을 올려 일반주주들의 주식을 흡수하려 들면 하이브로서는 카카오를 상대로 한 ‘쩐의 전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와 사업협력을 위한 이어가고 있다”며 “(전략 수정에 대한) 세부적 방식이나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