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이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발판 삼아 사업다각화 밑그림을 구체화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건설과 함께 회사 매출의 한 축을 담당하던 수입자동차판매사업을 떼냈는데 주택사업 매출 의존도를 줄여줄 새로운 먹거리 마련이 핵심 경영과제로 안고 있다.
▲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건설 수주 활성화 바람을 타고 사업다각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4일 코오롱글로벌 실적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6020억 원, 영업이익 1663억 원을 거뒀다.
올해 초 인적분할한 수입차사업부문을 포함한 매출(4조9009억 원)이나 영업이익(2164억 원)과 비교하면 회사의 규모가 절반 가까이 쪼그라든 셈이다.
코오롱글로벌은 2022년 기준 회사 매출에서 건설부문 비중이 42.9%, 수입차사업부문 비중이 38.8%를 차지했다. 최근 5개년 평균으로 봐도 건설부문이 약 49.1%, 수입차사업부문이 37.1%, 상사부문이 12.9%, 기타 0.8%로 매출이 이뤄졌다.
게다가 코오롱글로벌은 건설부문에서도 주택·건축이 매출 비중 약 70%를 차지해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실적 안정성과 미래 성장동력 두 가지 측면에서 신사업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사장은 코오롱글로벌이 강점을 지닌 풍력발전사업을 포함해 친환경 신사업을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와 수처리 등 환경사업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2022년 3분기 기준 회사 전체 매출에서 해외매출 비중이 4.5%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친환경 신사업은 해외매출 확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실제 김 사장은 정부 차원에서 힘을 싣고 있는 ‘제2의 중동붐’에 가세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활동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단장을 맡은 사우디 수주지원단 ‘원팀코리아’ 건설인프라부문에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코오롱글로벌은 친환경 미래도시로 건설하는 네옴시티의 풍력발전과 수처리 인프라사업 참여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오롱글로벌은 일찍이 2011년부터 국내 육상풍력발전시장에 발을 들여 지분투자와 발전단지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펼쳐왔다. 육상풍력발전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강자다.
업계에서는 네옴시티의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은 도보 3분 거리인 200m 너비에 양 옆으로 롯데타워 높이의 초고층 건물을 일렬로 세우는 직선도시로 설계된 만큼 빌딩숲 사이 풍력을 활용하는 에너지시설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2022년 9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완도해상풍력(400MW) 발전사업 허가도 취득해 해상풍력시장으로 영역 확장에도 나섰다.
코오롱글로벌은 2022년 1분기에는 풍력발전사업 실적이 들어가는 토목부문 매출이 2021년 같은 기간보다 16.5% 늘어났고 2분기, 3분기에도 각각 전년 동기대비 30.2%, 23.6% 증가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풍력발전단지 설계조달시공(EPC) 등 개발사업뿐 아니라 상업운전 등 운영경험도 풍부하다.
코오롱글로벌은 현재 38MW 규모의 경주 풍력발전단지(공사금액 414억 원)과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단지(43MW, 830억 원)는 상업운전 중이다. 양양 만월산(854억 원), 태백 가덕산 2단계(428억 원), 태백 하사미(442억 원), 영덕 해맞이(850억 원), 평창 횡계(540억 원), 양양 만월산 2단계(80억 원) 프로젝트는 공사 진행, 착공 등 단계에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수처리분야에서도 저에너지 분리막(멤브레인) 기술을 통해 사업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멤브레인 기술은 미생물 처리와 분리막 여과 기술을 접목한 공법으로 막의 여과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세정 과정에 적용한다.
김 사장은 네옴시티 건설사업에서 발주량이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인 모듈러건축부분에서도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12월 중국 모듈러기술기업 브로드코어디지털테크놀로지와 업무협약을 맺고 네옴시티를 비롯한 모듈러건축 전반에서 중장기적 상호협력을 약속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이밖에 사우디 식품제조, 수출입, 유통 기업인 파이드 인터내셔널 푸드 컴퍼니(FAIDH)와 업무협약을 통해 사우디 스마트팜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스마트팜이란 정보통신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원격으로 작물의 생육 환경을 관리하고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농장을 말한다. 스마트팜은 스마트시티 사업과 연계해 최근 현대건설을 비롯한 많은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영역이기도 하다.
정부 지원도 김 사장에게는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해외건설 수주목표를 350억 달러(약 45조6015억 원)으로 설정하고 외교적 지원과 민관협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특히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중심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지역 수주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23년 중동건설시장 성장률은 14.4%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김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주택부문에 편중한 사업구조를 다변화해 사업의 주요 축으로 정착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이고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