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20일 “경기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침체가 없는 ‘노 랜딩(No landing)’ 상황은 물가가 낮을 때에나 정책의 힘으로 가능한 말이다”며 “좋은 경기가 높은 물가로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기 악화시기를 거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 미국 경제가 경기악화를 반드시 경험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현지시간으로 15일 발표된 미국 1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 지난 달과 비교해 3.0% 늘어나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미국의 소매판매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경제의 주요 지표로 꼽힌다.
미국 경제는 이에 따라 침체기 없이 곧바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도 전망돼 왔다.
다만 높게 나타난 1월 소매판매는 일시적 요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으로 소비는 12월 쇼핑시즌에 급증하고 1월이면 떨어진다. 하지만 지난 해에는 10월에 쇼핑시즌이 빠르게 찾아와 흐름이 앞당겨졌다.
이 연구원은 “일렀던 10월 쇼핑시즌과 태풍 등의 영향으로 12월 소비가 오히려 평소보다 감소했고 이 때문에 이뤄진 보수공사나 미뤄진 소비 등으로 1월 소비는 평소보다 증가했을 수 있다”며 “1월 지표가 예상보다 높은 건 사실이지만 재화 소비를 떠받치는 힘은 아직 다시 살아났다고 보기 힘들다”고 바라봤다.
미국 소비는 결국 실질 가계구매력이 올라가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연구원은 “특히 저소득층의 임금증가율이 높더라도 물가상승분을 상쇄할 정도의 규모가 아니다”며 “저소득층의 구매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현재 미국 저소득층의 구매력은 정부지출에 크게 기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연구원은 “저소득층 구매력은 신용대출과 정부의 이전소득에 의존한다”며 “지난 해 하반기부터 금리인상이 계속돼 신용대출은 줄어들고 있으나 정부지출은 늘면서 이전소득도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지출 증가는 통화정책과 부딪히며 과잉긴축 흐름을 낳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이러한 재정지출은 오히려 통화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며 “결국 소비가 회복력을 유지할수록 물가는 예상보다 느리게 둔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과잉긴축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