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형 증권사들이 암울한 지난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키워드는 생존이다. |
[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중소형 증권사들이 올해 생존을 위한 전략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주식시장 침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 지난해 타격을 준 악재가 올해도 상존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취약한 내구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SK투자증권 등이 최근 지난해 실적을 잇따라 발표했다.
다올투자증권은 2022년 연결기준으로 전년보다 38.5% 줄어든 90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53.4%나 감소한 821억 원을 기록했다.
하이투자증권도 영업이익이 70% 이상 크게 줄었다. DGB금융지주는 자회사인 하이투자증권이 영업이익으로 지난해 대비 74.0% 줄어든 590억 원을 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으로는 77.1% 감소한 376억 원을 거뒀다.
이 가운데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관련 소송에서 일부 패소했던 한화투자증권은 순이익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업이익으로 79.0% 줄어든 438억 원을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476억 원 적자 전환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배상금을 선지급하면서 순이익 적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함께 대규모 배상 판결을 받은 이베스트투자증권 영업이익도 급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영업이익으로 81.5% 감소한 418억 원을 거뒀다. 순이익도 81.5% 줄어든 297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현대차증권이 영업이익이 30%보다 적게 감소하면서 가장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증권은 영업이익으로 26.8% 줄어든 1146억 원을 냈다. 순이익은 871억 원으로 26.0% 감소했다.
증권사 실적 악화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인상 여파로 인한 주식시장 부진에 거래수수료 규모가 줄었고 운용자산 손실도 컸다.
여기에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도 더해지면서 위험도가 높은 PF 보유비중이 높았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더욱 타격이 컸다. 자기자본이 적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변제 후순위인 중·후순위 PF, 위험이 큰 고금리 대출 브릿지론 등을 활용해 수익을 내왔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증권사 실적이 올해에도 쉽게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증시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거래대금 감소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경기침체에 따라 투자심리가 여전히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영업의 수익성 회복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그 이유로 PF 신용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과 2023년 증권사 대부분의 수익원이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꼽았다.
이에 중소형 증권사들은 불황에 대비해 각각 생존전략을 찾아 나섰다.
우선 인원 감축을 통한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법인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투자은행(IB) 부문의 감원을 진행했다. 하이투자증권도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으며, 다올투자증권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영업을 제외한 경영 관련 직무에서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현금화 가능한 자회사를 매각한 증권사도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태국법인을 매물로 내놓은 데 이어 다올인베스트먼트, 다올신용정보도 매각에 나섰다. 여기에 올해 3월 해외주식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하는 등 몸집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또 부실 위험이 커진 부동산PF 비중을 줄이고 수익 다각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부동산PF 비중이 높았던 하이투자증권은 1월 투자은행(IB) 본부를 개편해 IB부문에 힘을 준다는 계획이다. 하이투자증권은 1월 기존 하나였던 IB본부를 2개로 부문을 확대 개편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수장을 새롭게 교체했다. 한화그룹은 1월31일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자산운용의 대표이사를 서로 교체했다. 한두희 내정자는 다양한 금융·자산운용 분야에서 경험과 지식을 많이 쌓았던 만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한화투자증권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