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초부터 제기되는 ‘추경’(추가경정예산) 압박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추 부총리는 그동안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정부의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부정적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난방비 폭탄에 따른 여론의 후폭풍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어 추 부총리의 완고한 태도가 달라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차 난방비 폭탄이 온다, 추경호 기재부 '추경 불가론' 태도 바꾸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가 2월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방송 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2023년 1월분 가스 및 전기요금 청구와 맞물려 정부의 난방비 지원예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28.3% 상승했는데 이는 전기·가스·수도요금 상승률을 별도 집계한 2010년 1월 이후 최고치다. 특히 가스요금은 36.2% 급등했다.

올 초 지난해 12월분 난방비 고지서가 나온 뒤 전달보다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3배 이상 인상된 요금 청구서를 받은 시민들은 부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정부는 1월26일 취약계층 난방비 바우처 확대를 대응책으로 내놨지만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최근 1월분 고지서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불만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차 난방비 폭탄에 정부가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1월30일 중산층까지 난방비를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기존 대책에서 정부는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에만 예비비 1천억 원과 기존 예산 8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난방비 지원 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한다면 추경 편성 필요성이 커진다.

추경호 부총리는 10일 편집인협회 월례 포럼에서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방식과는 다른 차원의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며 중산층 난방비 지원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 소속인 윤영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도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많은 국민이 힘들어하고 세계적 경기 침체로 우리 경제 여건도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추경을 요청한다면 면밀하게 필요성 여부를 심사하겠다”며 추경 편성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더해 정부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2023년 상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제시해 작년 11월 전망(1.4%)보다 0.3%포인트 낮췄다.

정부는 상반기 경기침체 방어를 위해 올해 예산 638조7천억 원(총지출 기준) 가운데 60%인 383조2천억 원 이상을 조기 집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에도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디게 나타나면 추경 카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추 부총리는 10일 편집인협회 월례 포럼에서 “아직은 물가 안정 기조를 흐트러뜨려선 안 된다”면서도 “만약 물가안정 기조가 확고하다면 모든 정책기조를 경기(대응) 쪽으로 전환시켜야한다”고 확장 재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난방비 폭탄 사태 이후 에너지 요금 지원을 위해 정부에 7조2천억 원 규모의 ‘핀셋’ 추경을 요구했다. 그러나 추 부총리는 현재 상황에서 추경편성은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추 부총리는 “국회에서 예산을 통과시킨 게 12월인데 벌써 추경 이야기를 꺼내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지금 추경은) 재정의 ABC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추경 주장을 반박했다. 

다만 그는 “5월이나 6월이 지나고 추경 이야기를 꺼내면 꺼내는 것”이라며 경제상황 추이를 지켜본 뒤 추경을 논의해 볼 수도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추 부총리는 기재부 차관 출신 재선 의원으로 꾸준히 재정건전론을 주장해 왔다. 야당 의원 시절에는 문재인정부의 확장재정을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