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과 KT가 새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과 관련해 ‘인공지능 반도체’까지 직접 개발하겠다고 나서면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SK텔레콤과 KT 같은 통신사들은 어떤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기업보다 인공지능을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어 일견 무관해보이는 인공지능 반도체에서도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챗GPT가 불러온 SK텔레콤과 KT 인공지능 전쟁, 반도체에서도 뜨겁다

▲  SK텔레콤과 KT의 인공지능 전쟁이 반도체 분야까지 확산되고 있다.  리벨리온이 개발한 인공지능 반도체  ‘아톰(ATOM)’. <리벨리온>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 대화형 챗봇 ‘챗GPT(Chat GPT)’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KT가 투자한 국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챗GPT 관련 원천기술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아톰(ATOM)’을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리벨리온은 KT가 올해 하반기에 출시하겠다고 밝힌 한국형 챗GPT 서비스 ‘믿음’의 경량화 모델에 탑재된다. KT는 2022년 7월 리벨리온에 300억 원을 투자해 리벨리온의 가장 큰 투자자다.

KT는 2021년 10월 인공지능 인프라 솔루션기업 ‘모레’에도 투자하며 현재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주도하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사내 사업부문에서 독립한 계열사 사피온을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22년 1월 SK하이닉스, SK스퀘어와 함께 SK ICT(정보통신기술)연합을 구성한 뒤 800억 원을 출자해 사피온을 설립했다. 2020년에 개발한 인공지능 반도체 ‘사피온 X220’은 인공지능 연산에 쓰이는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전력 사용량은 80% 낮고 연산속도가 1.5배 빠르다.

사피온은 올해 전작에 비해 성능이 4배 정도 향상된 인공지능 반도체 ‘사피온 X330’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실 통신사와 인공지능 반도체는 연결하기 쉬운 그림은 아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이 아닌 통신사가 왜 인공지능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반도체가 높은 성장가능성에 비해 아직 확실한 선두주자가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통신사가 왜 인공지능 반도체 사업에 뛰어드는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를 계기로 인공지능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현재 가장 주목받게 된 반도체 기업은 미국 엔비디아다. 현재 엔비디아가 만든 GPU가 대부분의 인공지능 연산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챗GPT는 1만 개의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학습되고 있다.
챗GPT가 불러온 SK텔레콤과 KT 인공지능 전쟁, 반도체에서도 뜨겁다

▲  SK텔레콤이 자체제작한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 반도체 사피온 X220. < SK텔레콤 > 

하지만 GPU는 본래 인공지능 연산을 위해 만들어진 반도체가 아니다. 대규모 인공지능 연산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GPU는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는 인공지능에 특화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특별히 앞서나가고 있는 기업이 없어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는 국내 기업들도 충분히 경쟁해볼 만한 영역으로 여겨진다.

또 통신사와 인공지능은 사업적으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인공지능이 적용된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일상에서 구현할 수 있는 핵심 요건이 5G와 같은 저지연 이동통신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실시간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하는 메타버스,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은 모두 5G, 혹은 6G 통신환경이 아니면 작동할 수 없다.

게다가 인공지능 통해 통신사가 가지고 있는 대규모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해 사업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의 강점을 가지고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를 개척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계열사와 협력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사피온이 인공지능 반도체를 설계해 이를 SK하이닉스가 생산한 뒤 SK그룹 계열사들이 사용하면서 검증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KT는 메타버스 등 각종 인공지능 서비스의 인프라인 클라우드사업에서 강자인 만큼 인공지능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유리하다.

KT클라우드는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와 함께 국내 클라우드 ‘빅3’를 형성하고 있으며 2022년 국내 공공 클라우드 전환사업에서 가장 많은 수주를 따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인공지능 반도체 생태계 분석’이란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향후 10년 동안 6배 성장하고 전체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며 “미래의 인공지능은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차세대 기술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여 미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필수적인 전략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