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3-02-07 14: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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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2022년 실적발표를 마친 대형건설사 5곳(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이 지난해 신규수주 실적보다 낮은 수주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수주목표를 낮추고 해외는 올려 잡은 점도 눈에 띈다. 국내 주택경기 둔화에 따라 주택사업 위험을 관리하고 비주택사업을 강화해 주택사업 공백을 메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 2022년 실적발표를 마친 상장 대형건설사 5곳(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이 지난해 신규수주 보다 낮은 수주목표를 제시했다. 사진은 10대 건설사 주택 브랜드.
7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형 건설사들의 경영목표는 분양물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신사업 수주에 방점을 찍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상장 대형건설사 5곳은 올해 신규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낮춰 잡았다.반면 국내 주택사업을 하지 않는 삼성엔지니어링은 수주목표를 전년보다 올려 잡았다. 주택경기 하강이 건설사 경영목표에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올해 수주목표 금액이 가장 큰 곳은 현대건설이다. 연결기준으로 29조900억 원이고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별도로 봐도 16조5천억 원(국내 10조8천억 원, 해외 5조7천억 원)으로 가장 눈높이가 높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목표는 12조1천억 원(국내 7조5천억 원, 해외 4조6천억 원)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국내에서 28조2875억 원의 신규수주를 올렸지만 올해 국내 신규수주 목표를 18조6200억 원으로 34.2%나 크게 낮췄다. 대신 목표 해외수주 금액은 전년 신규수주(7조1382억 원)보다 46.7% 높은 10조4700억 원으로 잡았다.
현대건설은 올해 신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현대건설은 자회사인 현대스틸산업과 제주, 서해안, 대만 등지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해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원전사업과 민간 전력구매계약(PPA)사업 등도 본격화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GS건설은 올해 14조5천억 원(국내 9조5천억 원, 해외 5조 원)의 수주를 해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는 전년 실적(13조7410억 원)보다 31% 낮지만 해외(2조3330억 원)는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GS건설은 자회사를 통해 신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올 신사업 매출 목표도 1조6600억 원으로 지난해 1조 원에서 대폭 높여 잡았다.
2차전지 배터리 재활용사업을 하는 에네르마가 2024년 1분기까지 공장건설 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외수주에서도 수처리사업을 하는 GS이니마의 수주목표는 2조5천억 원으로 GS건설 해외수주 목표의 절반을 차지한다.
DL이앤씨의 올해 신규수주 목표는 14조4천억 원(국내 12조3천억 원, 해외 2조1천억 원)으로 경영목표를 내놓은 대형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 수주 목표금액이 늘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국내에서 10조6664억 원, 해외에서 1조2280억 원의 수주를 거뒀다.
DL이앤씨는 신사업의 일환으로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카본코를 통해 올해 1천억 원 수준의 수주를 확보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신규수주 목표는 13조8천억 원(국내 7조9천억 원, 해외 5조9천억 원)이다. 지난해 신규수주 16조9680억 원보다 18.7% 낮은 수치다.
국내 목표를 7조9천억 원으로 잡아 지난해 국내 수주(11조4700억 원)보다 크게 낮췄고 해외수주 목표는 지난해 실적(5조4980억 원)보다 소폭 높은 5조9천억 원으로 설정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수소에너지, 모듈러, 태양광, 모듈러건축 등 신사업부문에서 가시적 성과를 낸다는 주요 경영과제를 세워두고 결실을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의 올해 신규수주 목표는 12조3천억 원(국내 10조5천억 원, 해외 1조8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수주 실적과 비교해 국내는 15% 줄이고 해외는 1.4% 늘렸다.
2년 연속 사상 최고 영업이익 신기록을 세운 만큼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 수주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수주 목표를 따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올해 수주 목표는 공격적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신규수주 10조2340억 원보다 17%가량 높은 12조 원의 목표를 세웠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전통적 EPC(설계·조달·시공)를 벗어나 수소, 암모니아, 탄소 포집·저장·활용사업에 성과를 거두기 위해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국책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형건설사들이 지난해 신규수주 성적보다 보수적 수주목표를 제시하는 대신 신사업과 해외수주에 공을 들이겠다고 발표한 이유는 주택경기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들의 2022년 분양실적은 2021년보다 낮았고 이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돼 이 공백을 채우려 하는 것으로 읽힌다.
대형건설사들의 올해 분양공급 계획을 살펴보면 현대엔지니어링과 대우건설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난해 실적보다 낮춰 잡았다.
올해 분양공급 계획을 건설사별로 보면(괄호 안은 2022년 실적) 별도기준으로 현대건설 2만803세대(2만9537세대), 현대엔지니어링 1만584세대(6486세대), GS건설 1만9881세대(2만8천 세대), 대우건설 1만8279세대(1만7678세대), DL이앤씨는 2만980세대(2만2015세대) 등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건설사들은 올해부터 분양물량 감소가 가시화함에 따라 이에 대한 방어와 동시에 해외·신사업에 열을 올릴 것이다”며 “이를 통해 1~2년 동안 이어질 주택사업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