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YD 대만 TSMC 실적 급증, ‘92세 현역’ 워런 버핏의 선구안 증명

▲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대주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BYD의 지난해 실적과 전기차 판매량이 모두 크게 늘었다. BYD 전기차 '한'.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자동차기업 BYD와 대만 반도체기업 TSMC가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을 모두 큰 폭으로 늘리며 높은 성장성을 증명했다.

두 기업은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에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의 투자 원칙에 비춰볼 때 의외의 투자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2일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BYD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연간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BYD가 중국 선전 증권거래소에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매출은 4200억 위안(약 76조3천억 원), 순이익은 170억 위안(약 3조1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이 2021년과 비교해 5배 가까운 수준으로 뛰어올랐고 시장 예상치인 132억 위안을 크게 웃돌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다.

BYD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판매량이 크게 늘어 좋은 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BYD는 현재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친환경차만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186만 대에 이르는데 이는 과거 4년 동안 판매량 총합을 뛰어넘는 수치다.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처음으로 1위를 기록하게 됐다.

이전까지 전기차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던 테슬라는 지난해 전기차 131만 대를 판매했다. 2021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40% 증가했지만 BYD의 성장세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현재 BYD 지분 약 14%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들어 주식을 여러 차례 매각하며 지분율이 당초 20%에서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워런 버핏이 2008년 처음 BYD 주식 매수를 결정했을 때는 상당히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BYD는 당시 설립된 지 5년에 불과한 중국 신생기업으로 그의 ‘가치투자 원칙’과 상반되었기 때문이다.

가치투자 원칙은 성장주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가치주 또는 배당주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당시 BYD의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버크셔해서웨이가 BYD 지분 매각을 통해 26배에 육박하는 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며 이는 워런 버핏의 성공적 투자 사례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BYD가 지난해 자동차업계에서 보기 드문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 전기차 선두 기업에 등극한 것은 그의 투자 감각에 긍정적 평가를 더하고 있다.
 
중국 BYD 대만 TSMC 실적 급증, ‘92세 현역’ 워런 버핏의 선구안 증명

▲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해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인 TSMC 역시 2022년에 큰 폭의 실적 증가를 나타냈다.

TSMC 2022년 매출은 2조2639억 대만달러(약 93조2천억 원)으로 2021년 대비 42.6% 증가했다. 순이익은 1조169억 대만달러(약 41조9천억 원)로 70.3% 늘어나며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워런 버핏이 TSMC에 투자를 결정한 것도 시장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일로 꼽혔다. 반도체와 같이 업황 변화에 민감한 기업은 그동안 좀처럼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 주가가 현재 실적뿐 아니라 업계 전반의 상황과 미래 성장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워런 버핏의 투자가 단기간에 성공으로 이어질 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의외의 투자로 꼽히던 BYD와 TSMC가 모두 지난해 경쟁기업과 비교해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는 점은 앞으로 주가 상승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투자전문지 팁랭크스는 TSMC를 두고 “워런 버핏은 업계 최고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의 가치투자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바라봤다.

글로벌 경기 침체 흐름이 뚜렷해지며 BYD와 TSMC는 올해 각각 자동차와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악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워런 버핏이 주로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고 투자 종목을 선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기업의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런 버핏은 현재 92세의 나이에도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요 투자 결정을 주도하며 활발히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해마다 투자자들에 보내는 서한도 직접 작성해 공개한다.

그는 2022년 초 투자자들에 보낸 서한에서 “버크셔해서웨이는 단기간의 시장 움직임을 바라보기보다 해당 기업의 중장기 사업 전망을 보고 투자하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며 “나는 투자 종목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사업을 고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