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한국인 사망원인 1위 암, 그러나 암 연구가 진전되고 면역치료제와 표적치료제가 속속 도입되면서 암 생존률 70%를 바라보는 시대가 왔다.
국내 항암치료 시장도 1조 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시장의 80%를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차지한 점은 우리 제약업계가 극복해야 할 부분으로 손꼽힌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암 초기연구가 많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항암제 신약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신약개발에 약 10년의 기간과 1조 원 규모의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임상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국내 기업이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국산 신약들이 후보단계에서 해외 다국적기업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국내 전통제약사들이 잇따라 암 치료제 개발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전통제약사들은 과거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개발한지 20년이 지나 특허권이 소멸된 약의 복제약 ‘제네릭’을 국내용으로 판매하며 성장해왔다. 검증된 약을 따라 만드는 사업구조상 기술력보다는 영업능력이 중요했기에 제약사라기보다는 도매상에 가깝다는 비판어린 시선도 받았다.
그런데 주인 없는 약을 주워 팔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이 나오지 않는 약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테바와 란박시, 산도스 등 글로벌 제네릭 전문기업이 한국에 직접 진출한 점도 위기감을 키운다. 여기에 인구 5천만 명 수준의 한국 내수시장에 머물러서는 매출 1조 원 수준을 넘기 힘들다는 점도 변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유한양행 GC녹십자와 같은 전통제약사들은 이제 살아남기 위해서 신약개발, 특히 세계시장에 팔 수 있는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이들의 주로 관심분야는 폐암 치료제다. 폐암은 현대인에게 가장 일반적인 암이면서 동시에 사망률도 높은 무서운 암이기 때문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확실한 폐암 치료제는 안정적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2020년 기준 국내 신규 폐암환자는 10만 명을 넘었다. 사망률이 낮은 감상샘암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숫자다. 같은 기간 폐암 사망자도 1만8673명으로 암 사망자 가운데 가장 많았다.
그 선두주자는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전통제약사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곳이지만 2015년 3월 이정희 대표 취임 이후 통 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연구개발비가 2014년 500억 원 수준이었는데 2021년 1782억 원까지 늘어났고 이에 따라 신약 후보물질의 가짓수도 2014년 13개에서 2021년 55개로 중가했다. 개발 분야도 만성질환용 제네릭 약 중심에서 암 치료제와 같은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노력이 폐암 표적치료제 렉라자 개발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한양행은 2015년 한국 바이오벤처기업 오스코텍으로부터 폐암 표적치료제 후보 렉라자를 인수해 개발을 마무리지었다.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2018년 얀센에 라이선스 수출을 했고 2021년부터는 한국 암환자들에게 제공돼 한해 300억 원어치가 처방되는 실적을 만들었다.
2023년에는 글로벌 임상결과와 이에 따른 미국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성공한다면 렉라자를 통해 연간 매출 10억 달러(1조4천억 원) 이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C녹십자는 폐암 표적치료제 대신 암세포의 면역교란을 방해하는 면역항암제 연구에 매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물질인 MG1124의 동물실험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와 향후 임상 추진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는 불치병의 대명사였다가 이제는 난치병까지 내려온 암,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다른 많은 질병들처럼 암이 정복될 날도 멀지 않았다.
한국이라는 좁은 새장을 벗어나려는 국내 전통제약사들이 이 흐름에 동참한다면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