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의 KT 물갈이  
▲ 27일 취임한 황창규 회장이 물갈이로 KT의 방향을 잡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이 ‘물갈이’를 선택했다.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정통 KT맨들을 중용했다. 특히 KTF 출신들한테 중책을 맡겼다. 황 회장은 ‘올레 KT’로 불리던 이른바 ‘낙하산 인사’들을 배제하고 KT 내부 출신을 중심으로 조직을 꾸리면서 우선은 통신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 회장은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KT CEO로 공식 선임된 뒤 전격적으로 조직개편과 인사를 발표했다. 황 회장은 “회사가 어려운 시점에 회장으로 선임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글로벌 기업을 이끌어 본 경험과 국가 R&D 프로젝트를 수행한 노하우를 KT 경영에 접목해서 대한민국의 통신 대표기업 1등 KT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등 KT'를 향해 가기 위해 우선은 조직을 슬림화했다. 기존 22개에 달하던 부문, 실, 본부 등을 9개 부문으로 통폐합하고 미래융합전략실을 신설했다. 이런 슬림화로 남는 인력은 현장에 배치해 영업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했다.

전체 임원 수도 크게 줄였다. 임원 보직을 27% 정도 없앴다고 한다. 9개 부문은 KT 출신들로 채웠다. KT 내부 인사이거나 이석채 전임 회장 때 KT를 떠났던 인사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남규택 마케팅부문장(부사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 전인성 CR부문장(부사장), 한동훈 경영지원부문장(전무) 등은 KT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또 커스터머부문장으로 임명된 임헌문 충남대 교수, 경영기획부문장(부사장)이 된 한훈 공간정보산업진흥원 이사장 등은 이석채 전임 회장 때 회사를 떠났던 인물들이다. 김기철 IT부문장(부사장), 이동면 융합기술원장(전무) 등도 KT 출신들이다.

이석채 전임 회장 때 외부에서 영입되었거나 ‘이석채 측근’으로 불리었던 인물들은 대거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부회장), 표현명 텔레콤&컨버전스 부문장(사장), 김홍진 글로벌&엔터프라이즈 부문장(사장), 송정희 플랫폼&이노베이션 부문장(부사장), 박정태 GSS 부문장(전무), 윤정식 CR 본부장(부사장) 등이다.

  황창규의 KT 물갈이  
▲ 황창규 KT 회장
황 회장의 ‘물갈이’는 상당한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황 회장은 “지난 40여일 간 주변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KT의 상황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황 회장은 고민 끝에 우선은 KT의 안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통신 분야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석채 전임 회장 때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KT 내부 인사들, 특히 그 가운데도 통신 전문가들을 대거 발탁하면서 마케팅 쪽을 강화한 것이 이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황 회장이 ‘통신 대표기업 1등 KT’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매락으로 분석된다.

KT의 현실은 황 회장이 불가피하게 이런 선택을 하도록 한 측면이 강하다. KT는 이동통신 가입자 시장점유율에서 3위 LG유플러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기준 시장점유율을 보면, KT는 30.09%로 30%대에 턱걸이하고 있다. 28일 발표된 지난 4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62억1,4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변동이 없으나, 영업손실은 1,493억6,8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손실도 3,006억5,200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2009년 4분기 이후 두 번째 적자다.

이석채 전임 회장은 KT를 ‘탈통신’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기존의 통신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 회장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통신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1차적인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황 회장의 이런 방향은 ‘도로 KT’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이번 인사를 놓고도 ‘물갈이’가 아니라 ‘재활용’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최종 평가는 ‘미래융합전략실’의 인사와 그곳에서 변화의 방향을 내놓기 전까지는 유보되어야 할 것같다. 미래융합전략실은 각 부문과 그룹사별 핵심역량을 진단하고, 융합을 통해 신사업을 발굴하는 조직이라고 KT는 설명한다. 사실상 삼성의 미래전략실과 비슷하다.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미래융합전략실에는 황 회장이 ‘오른팔’과 같은 인물을 앉힐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곳에 과연 어떤 인물이 앉을 것이며, 이곳에서 어떤 그림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황 회장의 미래 방향이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고위 임원 중심의 조직 슬림화와 물갈이가 조직 전체로 확대될 것인가 하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KT의 직원 수는 3만2,000여명이나 된다. 이석채 전임 회장 때 희망퇴직 등을 통해 슬림화를 추구했지만 여전히 경쟁사보다는 인력이 3~5배가 많다는 평가이다. 황 회장이 목표로 하는 ’통신 1등 KT’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비대한 인력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황 회장은 현장 중시와 영업력 강화를 통해 인력 문제를 해결할 뜻을 비추고 있지만, 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KT 내부 직원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구조조정이 올 것이라는 말들이 나돈다. 벌써 “1,500명을 줄인다고 한다” “1960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은 모두 명예퇴직이라고 한다”는 등 근거없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런 얘기들이 현실화 될 경우 황 회장이 노조의 저항을 맞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일단 KT 노조는 황 회장의 KT 진단이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