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커리어케어 박혜준 "은행들 디지털 인력 없어서 못 뽑아"

▲ 박혜준 커리어케어 전무는 디지털 인재의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사상 최대 실적에도 희망퇴직으로 직원을 내보내고 있지만 한쪽에선 헤드헌팅회사를 통해 인재채용에 여념이 없는 곳. 바로 은행들이다. 얼핏 보면 이해가 안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왜 그럴까? 

은행들의 인재추천 요청 때문에 연초부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헤드헌터를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국내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의 박혜준 전무는 14년째 금융 전문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다. 박 전무는 서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Texas A&M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씨티은행과 도이치은행, HSBC 등 외국계은행에서 20여 년 근무한 뒤 헤드헌팅회사로 자리를 옮겨 현재 금융팀 팀장을 맡고 있다. 

- 어떤 은행들이 인재추천 요청을 하고 있나?

"어느 은행이랄 것 없이 인재 추천을 원한다. 국내 대형은행들은 물론이고 내가 외국계은행 출신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본계나 중국계 은행에서 인재추천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유럽계나 미국계 은행에서도 인재 추천 의뢰가 들어온다. "

- 주로 어떤 포지션인가?

"국내은행과 외국계은행의 인재 수요가 약간 다르다. 국내은행은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화두가 되고 있어 디지털인재 수요가 많다. 금융산업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핀테크와 플랫폼 기획 쪽 인재 수요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퀀트(계량분석) 투자에 관심이 커지면서 이 분야의 인재도 찾고 있다.”

- 국내은행과 외국계은행의 인재 수요가 다르다고 했는데 외국계은행은 어떤 인재를 요청하고 있나?

"외국계은행은 디지털 전환보다 영업 관련 인재 수요가 많다. RM(relationship manager), 세일즈 매니저, 심사역 같은 추천 의뢰가 주를 이룬다. ESG 인재 수요는 국내와 비슷한데 국내은행과 달리 임원급 추천도 원하고 있다."

- 외국계은행이 원하는 인재상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당연한 얘기지만 외국계은행들은 외국어 역량을 가장 중시한다. 그리고 영업 직무가 많기 때문에 영업력과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관심있게 본다. 이러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인터뷰를 5차, 6차까지도 보기도 한다."

- 최근 진행되고 있는 희망퇴직과 디지털 인재 채용은 서로 연결돼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은행 업무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한 쪽에선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줄이고 있지만 다른 쪽에선 새로운 업무에 필요한 인력을 찾고 있다. 최근 은행들의 퇴사와 입사는 모두 디지털 전환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관련 포지션은 사람이 없어서 못 뽑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채용수요가 많다."

-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인재를 계속 언급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나? 

"우선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통계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경험을 갖고 있는 경력자들이다. 또 머신러닝과 딥러닝에 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인공지능(AI) 전문가도 찾고 있다. 텐서플로우 같이 오픈소스 기반의 알고리즘을 적용해서 개발한 경험을 지닌 전문가, 클라우드 환경 전문가도 많이 찾고 있다."

- 디지털 인재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될까?

"당분간은 지속될 것 같다. 지금 은행들이 찾는 인재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 관련이다. 그러다보니 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은 졸업예정자들에게까지 손을 내밀 정도다. 은행들이 때 아닌 인재전쟁을 벌이고 있고 이 과정에서 연봉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한참 진행중이어서 당분간 디지털 인재수요는 계속 될 수밖에 없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