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애플워치울트라를 시작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모든 제품이 마이크로LED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애플워치를 시작으로 마이크로LED를 적극 도입한다면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올레드(OLED) 중심의 디스플레이업계에도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증강현실(AR) 헤드셋을 낙점했는데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의 상용화가 필수적이다.
16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2024~2025년 애플워치울트라를 시작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에도 순차적으로 마이크로LED를 탑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애플 전문가로 알려진 블룸버그의 마크 거만 기자는 “애플은 장기적으로 모든 제품에서 마이크로LED를 활용하고 싶어 하며 애플워치 다음으로는 아이폰에 마이크로LED가 탑재될 수 있다”며 “다만 기술의 한계 때문에 향후 6년 동안은 아이폰 디스플레이로 올레드가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 제품군의 디스플레이가 올레드에서 점차 마이크로LED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다.
애플은 2014년 마이크로LED 기술력을 갖춘 럭스뷰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뒤 10년 가까이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이처럼 마이크로LED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올레드보다 10~100배 밝은 화면을 구현할 수 있어 시인성이 떨어지는 야외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보여줄 수 있다.
올레드는 기존 LCD와 비교해 훨씬 뛰어난 화질을 보여주지만 구조상 밝기 및 시인성에서는 LCD보다 부족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마이크로LED는 이론상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명암비로 최대 밝기를 훨씬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야외에서 더 선명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둘째, 올레드 대비 빠른 응답속도다.
마이크로LED는 올레드와 비교해 화면 전환 속도가 1천 배가량 빠르다. 올레드의 화면 전환 속도가 ‘마이크로’ 초(백만 분의 1초)라면 마이크로LED의 화면 전환은 ‘나노’ 초(십억 분의 1초) 단위로 측정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응답속도 차이는 디스플레이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표현할 때 정확도 측면에서 큰 차이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와 같은 차이 속도 차이 때문에 애플이 준비하고 있는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디스플레이에는 올레드가 아닌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증강현실 헤드셋을 쓴 사용자는 고개를 돌리면서 끊임없이 화면을 전환시키는 데 기존 올레드는 이와 같은 화면 전환을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은 화면 전환이 부드럽지 못하면 사용자가 몰입감을 느끼기 힘들고 심하면 어지러움이나 멀미를 느낄 수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 다음 성장동력으로 증강현실(AR) 헤드셋을 낙점했는데 이를 대중화하려면 마이크로LED 기술 개발과 양산을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증강현실 기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실내외 제약 없이 밝은 화면이 구현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야외에서 시인성이 높은 마이크로LED가 필요하다.
▲ 삼성전자 110인치형 마이크로LED TV. |
애플은 이르면 2023년 하반기 증강현실 헤드셋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마이크로LED는 상용화하기에 치명적인 단점이 남아있다. 바로 높은 가격이다.
마이크로LED는 올레드, LCD와 비교해 구조적으로 대량양산이 쉽지 않다. 올레드와 LCD는 큰 패널 원장(마더글라스)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생산하는 반면 마이크로LED는 각각의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제조되기 때문이다.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기 쉬워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도 아직은 매우 낮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2021년에 출시한 110인치 마이크로LED TV 가격은 1억7천만 원에 이르기도 했다.
애플은 현재 디스플레이 협력사와 손잡고 마이크로LED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는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 가격이 낮아진다면 LCD, 올레드에서 마이크로LED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형 TV 뿐만 아니라 증강현실·가상현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스마트글라스 등 소형기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