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2023-01-12 14: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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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1조2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대규모 자금수혈에 성공한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이사가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에 성공하고 상장에 속도를 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사진)가 1조2천억 원가량의 투자유치에 성공하면서 SM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이진수 대표가 이번 투자금 유치로 지난해부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카카오엔터의 SM 인수작업에서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는 시선이 나온다.
카카오엔터는 이날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1조1539억7997만9064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투자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피랩인베스트먼트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투자유치로 확보한 자금을 글로벌 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웹툰과 웹소설 등 스토리부문과 영화와 드라마를 다루는 미디어부문, 음악산업을 아우르는 뮤직부문에 걸쳐 글로벌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욘드 코리아'의 선봉에서 글로벌 진출을 이끌어온 카카오엔터는 계속해서 글로벌 승자가 되기까지 도전을 이어가겠다"며 "미래의 새로운 성장을 향한 투자를 할 것이고 사회적 기대에도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적었다.
카카오엔터는 1조2천억 원이라는 카카오그룹 사상 최대 규모 자금 유치에 성공한 만큼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1년 가까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SM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2월부터 SM과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지분 18.9%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갔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특히 카카오엔터와 SM은 인수 금액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카카오엔터의 현금 확보는 협상의 물꼬를 다시 트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SM 인수가 카카오엔터의 상장 전 기업가치를 올리는 수단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카카오엔터는 2019년부터 상장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해왔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모건스탠리,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실무작업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2021년 4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쿠팡의 상장은 카카오엔터처럼 글로벌 잠재력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며 "(카카오엔터도) 1년 뒤 상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카카오엔터는 한국 상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쿠팡이 46억 달러를 미국 뉴욕증시에서 조달한 만큼 이곳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며 기업가치 20조 원이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카카오엔터의 상장 작업은 2021년 카카오가 '골목상권 침해'와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며 잠정 중단됐다. 게다가 지난해 10월에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사태'까지 발생하며 당장은 재추진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11월3일 열린 카카오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 공동체의 상장 이슈는 카카오 전체의 지배구조 관점에서 다시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가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내놓고 있다.
카카오그룹 차원의 이슈로 상장 작업이 멈춰있지만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한 글로벌 투자회사들이 자금회수(엑시트)를 위해 상장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엔터가 상장 절차를 간소화하고 ‘쪼개기 상장’이란 비판을 줄이기 위해 상장사를 인수한 뒤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그런 측면에서 SM은 이 대표가 군침을 흘릴 만한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SM이 상장사이면서 해외시장에서 K팝을 선도하는 대표기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SM 인수와 상장 추진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