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환경부가 폐수를 계열사에 보내 재활용했다는 이유로 현대오일뱅크에 관련법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사전통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재활용한 것은 폐수가 아니라 공업용수(처리수)고 계열사 사이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환경부 1509억 과징금 '억울', "폐수 아닌 처리수 재활용"

▲ 환경부가 현대오일뱅크에 1509억 원의 과징금 부과 사전통지를 한 가운데 현대오일뱅크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6일 현대오일뱅크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이 업체에 과징금 1509억 원을 부과하겠다고 사전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현대오일뱅크가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대한 법률(환경범죄단속법)의 페놀 등 유해물질 배출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과징금 사전통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509억 원은 환경범죄단속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 최대 규모의 과징금인 것으로 파악된다.

환경부는 현대오일뱅크가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대산공장 폐수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뒤 근처 현대OCI 공장으로 보내 용수로 재활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현대OCI 공장으로 보내진 폐수에는 허용치 이상의 페놀이 포함돼있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측에서 재활용한 폐수 규모는 하루 950톤으로 현대OCI는 이 물을 사용한 뒤 정화해 방류했다.

환경부는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과 현대OCI 공장의 소속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폐수를 외부로 ‘배출’했다고 보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폐수를 주고받은 공장들이 같은 사업장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대OCI는 현대오일뱅크가 지분 51%, OCI가 지분 49%를 보유한 화학기업으로 2016년 2월27일 설립됐다. 2021년 기준 연간 15만 톤의 카본블랙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대오일뱅크는 입장문을 통해 “우선 이번 조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물은 공장 밖에서 배출된 폐수가 아니라 공장 내부에서 사용된 공업용수”라며 “현대오일뱅크는 대산지역의 만성적 가뭄에 따른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업용수를 사용한 뒤 불순물을 제거해 공업용수(처리수)로 재활용해왔다”고 말했다.

불순물을 제거한 처리수를 외부와 차단된 내부 관로를 통해 설비에서 설비로 이송했고 재활용 뒤에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방류했기 때문에 어떠한 환경오염이나 인적·물적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와 차단된 내부 관로를 통해 용수가 이동했기 때문에 환경부가 내린 ‘소속 법인이 다르다’는 부분에서도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처리수 재활용은 해외 특허법인들과 국제표준화기구(IPIECA)에서도 권장하는 방법으로 동일 사업장 내에서 처리수를 재활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다만 외부와 차단된 관로로 연결된 각기 다른 계열회사의 설비들을 동일 사업장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대법원의 확립된 해석 내지 판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대산공장 내 계열회사 설비 사이 처리수 재활용이 규정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환경부에 자진시고하고 1년 이상 이어진 조사 및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왔다.

이와 함께 처리수 재활용은 물 사용량과 폐수 발생량을 줄인 긍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이번 과징금 사전통지가 억울하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사실상 하나의 공장임에도 처리수를 재활용하는 설비의 소유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기업 경영에 차질을 초래하는 조치가 부과되는 경우 추후 적절한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