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 선택 늘어나, 주주 반응은 여전히 싸늘

▲ 소액주주의 반발에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인적불안을 호재 보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기업의 물적분할을 향한 소액주주 반발이 거세지면서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을 선택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인적분할 발표 이후에도 주가가 내리는 등 시장은 인적분할을 호재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6일 공시에 따르면 OCI는 11월23일 OCI홀딩스와 화학회사 OCI로 인적분할 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제강은 11월24일 사업부문 회사 ‘대한제강’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인적분할을 택했다. 

이수화학도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한다. 이수화학은 11월29일 석유화학 부문과 정밀화학 부문, 전고체 배터리 소재부문을 분할하기로 했다.  

앞서 9월에는 현대백화점그룹과 한화솔루션이 인적분할을 결정했고 7월에는 코오롱글로벌 등도 인적분할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처럼 물적분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짐에 따라 기업들이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을 실시하고 있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이수화학은 공시 이후 첫 거래일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4.8% 하락 마감했다. OCI도 인적발표 다음날 주가가 5.96% 내렸고 3거래일 연이어 주가가 내렸다. 대한제강도 공시 다음날 주가가 0.38% 하락하며 전 거래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주가흐름을 나타냈다. 

기업분할 방식은 크게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방식으로 나뉜다.

먼저 물적분할은 기존 법인이 신설 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 기존 법인의 주주들은 신설 자회사의 지분을 직접 갖지 못하고 한 다리 건너 보유하게 되는 분할방식을 뜻한다.

2021년까지는 물적분할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최근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재상장하는 일명 ‘쪼개기 상장’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인적분할을 결정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앞서 9월와 10월에는 DB하이텍과 풍산이 물적분할을 시도했으나 소액주주들이 ‘물적분할반대주주연합’을 발족하고 단체행동에 나서는 등 거센 반발이 일어나자 기업들이 물적분할을 철회하기도 했다.

내년부터 물적분할 이전 주가로 주식을 기업에 매각할 수 있는 주주 보호방안이 적용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핵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지속되자 금융위원회는 4일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인적분할을 통해 기업을 분할하면 기존 주주들에게 각자 주식 보유수에 따라 신설 회사의 지분을 나눠주게 돼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과 비교해 주주친화적인 분할 방법으로 여겨진다. 사업부문이 나눠지면서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해진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투자자들은 인적분할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주주게시판 등을 살펴보면 소액주주들은 인적분할의 중요한 문제점으로 '자사주의 마법'을 들고 있다.

자사주의 마법이란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자사주의 의결권을 살려내 추가 출자도 하지 않고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출자없이 지배력을 높일 수 있어 증권가에서는 마법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자사주에는 원래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적분할에 따라 신설회사 주식을 배분하면 자사주에도 신주를 배정해 자사주에 의결권이 생기고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커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상장기업 193건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인적분할과 이후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적으로 계산해 본 결과 존속회사에 대해서는 지분율이 15%포인트,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11%포인트 증가하면서 지배력이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연구원은 “반면 외부주주의 시가총액 보유비중은 인적분할 이전에 비해 6%포인트 감소해 지배력 뿐 아니라 부의 배분에서도 왜곡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인적분할을 결정한 OCI, 대한제강, 이수화학의 자사주에도 인적분할에 따라 의결권이 생기게 된다. 

대한제강은 높은 비중(24.6%)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그 만큼 소액주주들의 불이익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OCI가 실시하는 인적분할은 5.04%의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는 이우현 OCI 대표이사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수화학도 2.7%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당분간 인적분할 수가 집중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현물출자에 적용되는 과세이연 특례 유예기간이 끝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 이전에 혜택을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견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목적으로 한 인적분할 사례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인적분할후 주주총회와 현물출자까지는 약 8개월 내외가 소요돼 현물출자 주식의 과세특례를 적용 받기 위해서는 내년 4월까지 인적분할 관련 이사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봤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