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급변하는 환경에서 회사의 성패는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겸 SSG닷컴 대표이사 사장이 2014년 베인앤컴퍼니 상무 시절 한 특별강연에서 한 말이다. 
 
SSG닷컴 새벽배송 영토 줄인다, 강희석 전략 바꿔 수익성부터 우선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겸 SSG닷컴 대표이사 사장이 충청권 새벽배송 서비스를 1년 반 만에 종료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고삐를 죄고 있다. 사진은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겸 SSG닷컴 대표이사 사장.


강 사장의 이런 기조는 이마트와 SSG닷컴을 맡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강 사장은 지난해 온라인사업의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수익성 개선에 고삐를 죄고 있다. 

30일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말 충청권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다. 

SSG닷컴은 충청권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12월 말까지만 제공한다.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1년 반 만에 중단하는 것이다. 

SSG닷컴은 충청권에서 새벽배송을 시작할 때 앞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대도시 중심의 전국권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에는 SSG닷컴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GS리테일 등 다른 대기업도 새벽배송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기업들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기업들은 무작정 규모를 키우기보다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앞다퉈 새벽배송에 뛰어들었던 롯데그룹이나 GS리테일, 프레시지, BGF 자회사 헬로네이처 등이 새벽배송에서 아예 발을 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SSG닷컴이 당초 계획했던 기업공개(IPO)를 미루면서 외형 확장에 대한 다급함도 당분간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유통업계에서는 지난해 SSG닷컴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을 두고 기업공개(IPO)에 대비한 외형 키우기라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기업공개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SSG닷컴은 기업공개를 잠정적으로 미뤘다. 

새벽배송시장의 전망은 밝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시장 규모는 2023년 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전까지는 흑자를 내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새벽배송은 신선상품이 많은 특성상 콜드체인 시스템이 구축된 물류센터를 갖춰야 하고 이를 나를 수 있는 냉동탑차가 필요하다. 새벽에 물류작업, 배송 등이 이뤄져야 해 인건비도 주간배송과 비교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국내 새벽배송시장에서 흑자를 내는 기업은 아직까지 ‘오아시스’ 단 한 곳뿐이다. 새벽배송시장의 강자로 여겨지는 컬리도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이 아닌 지방 대도시까지 새벽배송 권역을 확장하는 것은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컬리는 수도권에서 충청권, 부산·울산·대구지역까지 새벽배송 가능 권역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강 사장이 지난해 외형 성장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올해 하반기 수익성 개선으로 방향을 튼 것은 달라진 시장 상황을 반영한 행보로 보인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온라인사업은 성장과 수익 창출의 균형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 지마켓과 중복되는 사업 영역을 조정하고 온라인 물류센터 ‘네오’와 지역 PP(피킹&패킹)센터 관할 구역 변경 등을 통해 체질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SSG닷컴의 수익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은 당장 3분기 실적에서부터 결과로 드러났다. 

SSG닷컴의 3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손실은 231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382억 원보다 151억 원 줄었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662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66억 원 커진 것과 비교하면 3분기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수익성을 높이면서 총거래액(GMV)도 덩달아 줄었다. SSG닷컴의 3분기 총거래액은 1조4105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했다. 

SSG닷컴이 충청권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하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했던 충청지역 고객의 이탈로 총거래액이 더욱 감소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SSG닷컴은 충청권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하더라도 주간배송은 유지되며 하루 물류 운영 배송처리능력(CAPA)은 기존과 동일하기 때문에 총거래액은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충청권 새벽배송을 접어도 주간배송은 유지되기 때문에 배송량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며 “전국 이마트 PP센터와 네오센터의 하루 물류 운영 배송처리능력은 15만 건으로 기존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벽배송부터 쓱배송(주간배송)까지 권역별 특성에 맞게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배송 서비스를 재편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