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시계 돌자 이준석 재등장, '비윤' 유승민 지원 나서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김웅 의원이 11월28일 서울 영등포구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를디자인하다' 출판기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가까워지면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활동 재개를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벗어나 공개활동으로 보폭을 넓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이 전 대표가 당대표 경선에 출마할 것이 유력한 유승민 전 의원을 지원하는 데 힘을 실으려는 것으로 바라본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전 대표의 정치활동 재개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당대표 당시 소회 등을 담은 책을 집필하고 있는데 이 작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책이 나오는 때에 맞춰 이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당대표직 박탈 이후 좀처럼 공개석상에 서지 않았던 이 전 대표가 전날(28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의 출판기념회 참석을 위해 두 달여 만에 여의도로 발걸음한 것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몸풀기를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허은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당 수석대변인을 지낸 바 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유의동·한기호·유경준·김웅 의원을 포함해 모두 3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으며 특히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증거 인멸 의혹에 연루돼 당 윤리위원회 징계를 받은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도 참석했다.

이 전 대표는 허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5호선일지 9호선일지 모르겠지만 다음 주에 보자"는 말을 남기며 다음 행보를 시사했다. 그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간간히 목소리를 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 점도 이 전 대표가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비대위 회의에서 "전당대회 시점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회동이 끝난 직후 열린 비대위에서 전당대회가 언급된 만큼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 만찬에 앞서 22일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의원 4인방과 한남동 관저에서 부부동반 모임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당대회 시점으로 2월말~3월초가 유력하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전당대회 시점을 놓고 윤핵관 등 친윤계 의원들은 2월말~3월초에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동안 당내에서는 당무감사가 이르면 2월 끝난다는 점에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구성 및 활동 시점을 고려할 때 물리적으로 실제 전당대회는 5월말~6월초에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전 대표는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은 만큼 '2말3초' 또는 '5말6초'에 관계 없이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하지 못한다. 대신 자신과 연대할 수 있는, 예컨대 유승민 전 의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치활동 반경을 넓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윤 대통령과 윤핵관의 부부동반 모임에서 볼 수 있듯이 당내 친윤계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활동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넓어지면서 '비윤' 결집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은 여당 내 야당 역할을 자처하며 공조하는 듯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왔다.

이번에도 이 전 대표가 전날 출판기념회에서 "다양한 고민들을 당이 담아낸다면 다양한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총선 승리 전략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 뒤 유 전 의원이 등판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은 유가족의 요구에 진심을 다해 응답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진심과 성의를 다해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 분들의 요구에 응답한다면 그 누가 감히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겠나"고 적었다.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이태원참사와 관련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는 점을 꼬집으며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중도층이 돌아서고 2030세대 지지자가 이탈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지지율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2030세대에 소구력이 있는 이 전 대표와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 전 의원의 조합은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2024년 총선 승리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매력적 카드가 될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당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한국갤럽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 호감도를 물은 결과 국민의힘은 '호감이 간다' 28%, '호감이 가지 않는다' 64%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호감도는 2020년 9월 조사(2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민의힘 호감도는 2021년 4월(34%), 같은 해 7월(38%) 상승세를 이어갔고 올해 4월 조사에서 41%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로 전환해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이후 올랐던 국민의힘 호감도가 다시 예전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특히 18∼29세 호감도는 7월 37%에서 11월 19%로 내려갔다. 국민의힘 호감도가 20%에 미치지 못하는 건 20대가 유일하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상당수 20대의 마음이 떠난 셈이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