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정치적 사회적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황 전 총리는 당권을 향한 출사표를 던졌는데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돌아온 황교안 국힘 지지층서 존재감 확인, '반유승민' 단일후보 노린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정치적 사회적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전 총리가 지난달 17일 차기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뒤 연일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이름과 얼굴 공개를 요구한 것을 놓고 "추모 공간을 만들고 재난을 정치화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며 "민주당은 정략적 주장만 하지 말고 '이재명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틀 앞선 9일에는 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 기소한 것과 관련해 "김용·정진상 다음은 그분 차례"라며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했고 그 전날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정부에 반환한 것을 꼬집었다.

그밖에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구속됐을 때나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을 때에도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도 빼놓지 않고 지적했다.

보수 인사들 사이에서도 시각 차이가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과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황 전 총리는 11일 대통령실이 이번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MBC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일을 두고 "그동안 MBC 행태는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과 같다"며 언론으로 대우받고 싶다면 먼저 언론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사와 방송은 팩트에 근거해서 내야지 감정에 따라 편파적으로 내면 되겠느냐"며 "윤 대통령에 대해 악의적으로 쓰지 말라"고 지적했다. 

MBC가 편향적 보도를 한다고 주장하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힘을 실은 셈이다.

황 전 총리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정치적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다. 총선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사전투표 조작과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당내 주류와도 거리감이 컸던 만큼 정치적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고 당권주자로서 기반을 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뿐 아니라 사회 현안도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 

8일에는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비판했으며 지난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 독과점의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권리에 따르는 법적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처럼 황 전 총리는 각종 현안에 거의 빠짐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기반을 확대하게 된다면 다음 전당대회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황 전 총리가 '태극기 세력'을 비롯한 강성 보수층을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 대부분은 강성 보수층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 황 전 총리의 주가가 뛰었다.

여론조사시관 알앤써치가 10월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황 전 총리는 5%의 지지율을 얻었다. 유승민 전 의원(30.1%),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11.5%), 안철수 의원(7.6%)에 이은 4위다.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각종 선거에서 TV토론회 참여 자격에 해당하는 여론조사 지지율 5%를 달성했다는 점은 황 전 총리로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황 전 총리의 지지율은 두 배 넘게 오른다.  황 전 총리의 지지율은 10.5%로 안철수 의원(11.5%)과 큰 차이가 없다. 1위는 나경원 부위원장(22.3%), 2위는 유승민 전 의원(20.3%)다.

대구·경북(TK) 지역의 지지율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 20.7%로 멀찌감치 앞서있지만 황 전 총리가 12.1%로 나경원 부위원장(11.9%)과 비슷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황 전 총리가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에서 10%가 넘는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이를 토대로 당내 영량력을 더욱 강화한다면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려는 당내 분위기에 올라타 '반유승민' 단일후보가 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다만 극우 이미지의 황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된다면 중도층을 놓고 민주당과 다투게 되는 차기 총선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은 넘어서야할 대목이다. 

이미 야권에서는 황 전 총리로 대표되는 국민의힘의 우경화를 사뭇 반기는 듯한 목소리도 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서 당권 유력주자인 김기현 의원을 향해 "황교안 전 대표처럼 삭발도 하고 단식하고 태극기 부대하고 손 잡으라"며 "국민의힘 대표가 돼서 국민의힘을 극보수로 인도하면 우리로서는 땡큐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