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윤석열 취임 반 년 만에 '완성체' 내각 눈앞, 곳곳에 지뢰밭도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 엿새째인 11월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정식으로 임명하는 절차를 밟으면서 취임 뒤 여섯 달 만에 내각 구성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에 따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질·사퇴론에 힘이 실리고 있어 윤 대통령이 '완성체' 내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이주호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면서 사실상 임명 절차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보낸 뒤 20일이 지나도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받지 못하면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재송부 기한 내에 보고서가 이송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그다음 날부터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앞서 국회 교육위원회는 10월28일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지만 여야 의견이 갈리면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윤 대통령은 4일까지 보고서를 다시 보내달라고 한 만큼 5일부터 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시일을 끌지 않고 5일 비어있는 교육부 장관 자리를 채우게 된다면 정부 출범 이후 180일 만에 내각 구성을 마치게 된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되고 청문 대상이 장관들에게까지 확대된 이후 1기 내각 구성이 마무리되기까지 가장 오랜 시일이 걸린 것은 문재인 정부 때다.

195일이 지나서야 내각이 완성됐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아 직접 비교는 힘들다. 문재인 정부를 제외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내각을 꾸리는 데 가장 오랜 시일이 걸리는 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부 출범 17일 만에 내각 구성을 마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대통령 취임 후 한 달 가까이 지나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각 임명을 마치기까지 51일 걸렸다.

윤 대통령이 내각 구성을 마치기 까지 오랜 시일이 걸린 것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 자리를 쉽게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첫 후보자였던 정호영 전 경북대학병원장은 아들의 '아빠찬스' 의혹 등으로 후보자 지명 43일 만에 사퇴했다.

다음 후보자로 지명된 김승희 전 국민의힘 의원도 과거 쓴 칼럼의 내용, 자녀 편입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제기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 전 의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서 39일 만에 후보자 자리에서 내려왔다. 김 전 의원은 10월18일 열린 첫 재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첫 복지부 차관으로 기용한 기재부 출신 조규홍 장관을 승진 발탁해 어렵사리 보건복지 수장 자리를 메웠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자리도 굴곡이 많았다.

첫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인철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은 가족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 논란이 일었다. 김 전 총장은 풀브라이트 관련 논란에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 반박했지만 제자 논문 짜집기 의혹과 방석집 논문 심사 의혹이 제기되자 사퇴했다.

이후 박순애 서울대 교수가 교육부 장관에 임명됐지만 만5세 초등학교 입학을 뼈대로 하는 학제개편을 추진하다 반대여론에 부딪혀 장관 취임 35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이는 역대 최단명 사회부총리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온전한 1기 내각의 지속 시간이 길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 직후인 10월30일 브리핑에서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사고 직전 경찰 대응 및 지휘 보고 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질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인사권자의 부담이 커지는 형국이라 윤 대통령은 조만간 국무위원 가운데 다시 빈 자리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의중이 이 장관의 거취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김대기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과 함께 찾았는데 국무위원 중에서는 이상민 장관이 유일하게 동행했다. 이 장관은 전날에도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참모들과 함께 서울광장 분향소를 방문했을 때 여러 장관 가운데 유일하게 함께했다.

경질론이 불거진 상황임에도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계속 조문에 대동하면서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의 경질 또는 자진사퇴에 선을 긋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쿠데타 발언 등이 논란이 돼 야당의 해임건의 움직임이 나왔으나 자리를 지킨 바 있다.

여기에 한덕수 국무총리도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농담을 한 것으로 여야 양쪽에서 비판을 받고 있어 그의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유승민 전 의원은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대한민국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이태원 참사 외신 기자회견에서 웃고 농담을 했다"며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참사로 희생당한 영혼들을 욕보이고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런 사람이 총리라니 이 나라가 똑바로 갈 수 있겠나"라고 질타하며 윤 대통령에게 경질을 요구했다.

같은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 할 총리가 외신기자간담회를 하면서 농담을 했다"며 "농담을 할 자리냐 경악했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