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 해 500억 달러 수주, 세계 4대 해외건설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한 해외 건설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내놓고 특히 중동 건설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하이파 빈트 모하메드 알 사우드 사우디 관광부 차관과 면담에서 “한국의 우수한 인프라 기술이 네옴시티 등 사우디의 주요 프로젝트에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1973년 한국이 중동지역 최초로 진출한 나라이며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적 파트너 국가라는 점도 강조했다.
원 장관은 앞서 8월30일에는 ‘2022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에 참석한 네옴시티 최고투자책임자와 비공개 회동을 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8월31일 부산항 신항에서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한국이 팀코리아로 똘똘 뭉친다면 제2의 해외건설 붐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 믿는다”며 해외건설 수주 활성화를 위해 직접 발로 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도 10~11월경 한국을 방문해 정부와 기업 인사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한 축인 친환경도시 '더 라인(The Line)'의 철도터널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2만6500㎢ 부지에 서울 면적의 44배에 이르는 미래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네옴시티는 100% 신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하는 도시 ‘더 라인’과 바다 위에 떠 있는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친환경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구성된다.
네옴시티는 전체적 건설 계획만 드러난 상황으로 아직 본격적 발주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한참 남아있다는 뜻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네옴시티 건설과 관련해 철도, 항만, 주택, 에너지시설 등 도시 인프라 모든 분야에서 5천억 달러(약 650조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내놓은 구상대로 도시를 건설하려면 최대 1조 달러(약 1300조 원) 수준까지 예산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중동지역에서 초고층 빌딩, 철도를 비롯한 도로, 하수터널, 교량에 화력발전, 담수발전소까지 건축, 토목, 플랜트 등 다양한 인프라 공사를 맡아 시공하면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카타르에서 태양광발전사업을 수주하는 등 중동 건설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등 분야로 영역확대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사우디 등 중동 플랜트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현재 사우디에서 2조1천억 원 규모 가스재생산 설비 등을 짓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고 사우디의 첫 셰일가스 개발사업인 '지프라 가스처리 패키지1'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에서도 전체 100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 가스전 개발사업인 ‘하일앤가샤’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밖에도 카타르 '라스파판' 프로젝트(15억 달러)를 포함해 올해 하반기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 등에서 수주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줄이어 있다.
그룹 차원의 네트워크도 탄탄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등 중동국가 리더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9년과 2021년에는 중동 출장길에 올라 현지 사업들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70~80달러 수준만 보여도 중동지역에서 국가 주도의 대형 건설 프로젝트 발주가 활성화된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IHS마킷은 2022년 중동 건설시장 규모가 10.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 건설시장 평균 성장률 예상치인 5%의 2배 수준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동은 결국은 ‘오일머니’다”며 “중동지역에서 발주가 꾸준히 나오고 있고 사우디 네옴시티를 비롯해 인프라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11억6564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런 해외건설 순항을 앞장서 이끌고 있다. 현재 해외건설 수주순위를 살펴보면 삼성물산이 49억9922만 달러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4억3517만 달러로 2위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2021년에도 해외건설 수주액에서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