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09-06 09: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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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자동차 판매 대수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은 실적 향상을 위해 전기차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6일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시대에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으로 진단했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 본사.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6일 “2022년 이후에는 De-globalization(탈세계화)과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향후 9천만 대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경기 둔화의 직격탄은 내연기관차가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럽 자동차 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유럽의 완성차 시장 규모는 2009년 1600만 대에서 2022년에는 1천만 대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도 부동산 경기 둔화 영향으로 연간 2200만~2300만 대에서 정체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은 중·장기적으로 1700만 대 규모를 유지하겠지만 금리 인상 시기에는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수요가 위축될수록 완성차업체는 전기차에 집중해야 실적을 향상시킬 수 있다. 경기 둔화의 직격탄은 내연기관차가 맞고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 시대에 현대차와 기아의 성장 동력은 가격 경쟁력이었다. 일본 업체와 비슷한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갖추는 동시에 가격은 10~20% 낮은 전략을 펼치며 신흥 시장부터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에도 동일한 전략을 유지한다면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수익성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전기차 업체가 과거 현대차와 기아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는 자국에서 배터리원료 조달부터 배터리, 전기차 생산까지 밸류체인(가치사슬) 수직계열화가 가능해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이길 방법이 없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대에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가장 중요한 시장은 미국이다.
2023년부터는 북미 생산 배터리를 장착하고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중고차도 4천 달러의 텍스 크레딧(보조금)을 받는다. 텍스 크레딧을 받을 수 있는 중고차는 높은 중고차 가격이 유지되고 이는 신차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면법(IRA) 발효로 8월16일 이후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텍스 크레딧에서 즉각 제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텍스 크레딧에 배정된 예산은 75억 달러에 불과해 여파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미국 전기차 시장은 아직 초기 국면에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이 대응할 시간이 남아있다.
유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감면 법안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도 자국 전기차 업체를 육성하는 일에 적극적이다”며 “현대차그룹의 중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기차인 아이오닉8과 EV9의 성공 여부가 양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도약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