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8월 국내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역성장하며 반도체 수요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또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도 줄면서 대중(對中) 무역수지 적자가 4개월 연속 이어졌는데 이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 2022년 8월 국내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역성장했다. 사진은 부산항 모습. <연합뉴스> |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은 566억7천만 달러로 2021년 8월보다 6.6% 늘었고 수입은 661억5천만 달러로 28.2%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94억7천만 달러(약 12조7천억 원)의 적자로 이는 무역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6년 이래 66년 만에 최대치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20%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액이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8월 반도체 수출액은 107억8200만 달러로 2021년 8월(116억9500만 달러) 대비 7.8%(9억1300만 달러) 감소했다. 16개월 연속 100억 달러 달성이라는 기록은 이어갔지만 26개월 만에 성장세가 꺾였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와 반도체 재고 과잉 등으로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가격 하락도 수출 감소의 주요인이다.
반도체 D램의 고정가격은 올해 1분기 3.41달러에서 2분기 3.37달러로 내렸고 3분기에는 2.88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낸드플래시 고정가격도 2021년 2분기 4.56달러에서 올해 8월 기준 4.42달러까지 떨어졌다.
8월 자동차 수출액은 41억2천만 달러로 지난해 8월보다 35.9% 늘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다소 완화되고 친환경차 시장이 확대된 데 힘입어 우리나라의 자동차 최대 수출국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석유제품도 고유가에 따른 높은 수준의 단가가 유지되면서 항공유 중심의 세계 석유 수요가 지속돼 66억7천만 달러어치가 수출됐다. 이는 지난해 8월보다 113.6% 급증한 것이다.
2차전지 수출은 지난해 8월보다 35.7% 증가한 9억4천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진시장의 친환경 정책에 따른 전기차 수요 확대가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8월 대중국 수출액은 131억3천만 달러로 지난해 8월보다 5.4%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3.4%, 석유화학 제품 수출은 10.9% 줄었다. 반면 반도체·정밀화학원료 등 국내 산업 생산·수출에 필요한 중간재 등을 중심으로 수입은 증가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3억8천만 달러 적자를 보이며 지난 5월부터 넉 달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4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는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
대미(對美) 수출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대응을 위한 긴축 정책에도 전기차 판매 확대 영향 등으로 역대 8월 중 1위를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이 56.0%, 2차전지가 38.7%, 철강은 36.1%씩 증가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도 석유제품에 더해 일반기계·의약품 등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8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속되는 높은 에너지 가격, 주요국의 긴축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둔화와 중국의 성장세 회복 지연, 수요 약화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우리 수출 증가세 둔화와 수지 악화를 유발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장관은 “정부는 최근 무역적자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어제 발표한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확대를 통해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