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 관련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연구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해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이 연구조직을 모아 미래차 핵심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연구역량을 각각 한 곳으로 집중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TaaS(서비스로서의 교통)본부 내 인공지능 기반의 모빌리티 솔루션을 연구하는 에어스컴퍼니 조직 등을 대상으로 조직 개편 설명회를 열었다.
이는 소프트웨어 연구인력을 국내에 조만간 설립할 글로벌소프트웨어센터로 이동시키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12일 42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송창현 현대차 TaaS본부장 사장이 대표로 있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포티투닷 지분을 인수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포티투닷은 현대차가 설립할 글로벌소프트웨어센터에서 핵심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미래모빌리티와 관련한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거점을 한 곳에 집중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미국에서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케임브리지에 로봇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해 모두 4억2400만 달러(5519억 원)를 출자한다. 로보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도 로봇인공지능연구소에 일부 지분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래모빌리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 계획이 착착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5월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50억 달러(약 5조7천억 원)를 추가로 투자해 로보틱스·도심항공모빌리티(UAM)·자율주행·인공지능(AI) 같은 다양한 기술에서 미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래모빌리티와 관련해 현대차의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자동차가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로 발전할수록 소프트웨어가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거 내연기관차에서는 하드웨어 성능이 상대적으로 중요했지만 자율주행 등 정교한 작업을 위해서는 이를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핵심 요소로 여겨진다.
물론 완전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센서 등의 부품 개발도 필요하지만 센서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로 정확하게 판단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뿐 아니라 전기차에서도 배터리관리를 결국 소프트웨어가 제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프트웨어 성능이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인 주행거리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 테슬라의 전기차는 초기 저온 주행거리가 상온에서 61%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성능 업데이트를 통해 88%까지 개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도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구조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18일 공시를 통해 현재 차량부품사업을 자회사로 분사하고 미래 모빌리티 대응을 위해 기술 및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런 현대모비스의 사업구조 개편은 미래모빌리티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과도 맞물려 있다는 시선도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의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가진 현대차그룹에서 정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미미한 수준에 머문다.
현대모비스가 차량부품 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하면 정 회장이 지분을 많이 가진 현대오토에버 등 계열사와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2018년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다 철회하기도 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 측은 이번 사업구조 개편이 지배구조 개편과는 관련이 없고 생산 효율화가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두 가지 사안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