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진경준 검사장과 김상헌 네이버 대표 등의 넥슨 비상장 주식구입 의혹에 대해 수사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넥슨은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됐다.
|
|
|
▲ 김정주 넥슨 회장. |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진경준 검사장과 김상헌 네이버 대표, 박성준 전 NXC 감사 등이 2005년 당시 비상장이던 넥슨 주식을 구입한 데 대한 검찰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진 검사장 등의 넥슨 주식구입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 검찰은 이 사안이 공직자의 도의적 책임요소로 볼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 검사도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조사에서 넥슨이 진 검사장 등이 주식을 구입할 때 필요한 금액 (4억2500만 원씩)을 대준 사실이 드러난 뒤 검찰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넥슨이 빌려준 돈의 성격을 뇌물로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진 검사장 등이 넥슨주식을 구입한 지 6년 만에 넥슨이 일본증시에 상장했다는 점에서 내부정보가 부당하게 오가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커졌다.
검찰 수뇌부도 이번 사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공소시효에 관계없이 수사를 철저히 진행해 모든 의혹을 규명하라”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는 이를 ‘뇌물공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4월12일 진 검사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피고발인인 진경준 검사장의 검찰소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김정주 넥슨 회장과 김상헌 네이버 대표 등도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뇌물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검찰이 이번 일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더라도 관련자 처벌여부는 불확실하다.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물의 명성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
|
|
▲ 진경준 검사장. |
진 검사장은 차관급 인사다. 명예를 생명으로 여기는 법조계에서 뇌물 사건에 연루된 것 만으로도 진 검사장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판사 출신인 김상헌 네이버 대표도 마찬가지다.
김정주 회장의 경우 테헤란로 오피스텔에서 시작한 넥슨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됐다. 그동안 김 회장은 '자수성가', '벤처신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넥슨도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깨끗함과 참신함 등을 강조했던 기업 이미지에 씻지 못 할 오명을 남길 수 있다.
넥슨과 김정주 회장이 보여준 답답하고도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말도 나온다.
넥슨은 진 검사장의 주식구입과 관련한 의혹이 처음 제기 됐을 때 “개인간 벌어진 주식매매 행위이기 때문에 회사가 드릴 말이 없다”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다.
또 진 검사장 등에게 주식구입 비용을 회사가 대준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빠른 시일 안에 갚을 수 있다고 해 그렇게 했다”며 “당시 돈을 빌린 주주들은 대여기간의 이자비용을 소득으로 간주해 배당소득세를 냈다”고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문제의 본질로 지적되고 있는 대형 게임기업의 사회적 책임소재 부분에 대해서는 김정주 회장이나 넥슨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