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기후변화 따른 경제 타격 가시화, 날씨까지 인플레 압력 자극

▲ 한국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비껴가지 못하면서 경제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부지방 호우와 남부지방 가뭄 등 8월의 극단적 날씨는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일대에 전날 폭우로 침수됐던 차량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비껴가지 못하면서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중부지방 호우와 남부지방 가뭄이라는 극단적 8월 날씨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정체전선에 따른 중부지방의 집중호우로 11일까지 지역에 따라 100~300mm 수준의 비가 이어진다.

서울에서는 지난 8일 동작구에 시간당 136.5mm의 비가 내리는 등 8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내렸음에도 비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서울 지역 시간당 강수량의 역대 최고치는 1942년 8월5일의 118.6mm였다. 

반면 전남, 경북, 경남 등 남부지방은 올해 들어 7월까지 평년의 57.9% 수준인 828.6mm밖에 비가 내리지 않아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심각한 가뭄에 낙동강에서는 최악의 녹조 현상까지 발생했으며 남부지방 주요 저수지의 저수율은 70%대에 머물고 있다.

비교적 넓지 않은 국토 내에서 올여름 이례적이고 극단적 날씨가 교차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극 지역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한반도 북동쪽 오호츠크해 일대에서 고기압능이 생성돼 대기의 동진을 막는 등 한반도 주변의 기압계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 주변의 기압계 변화로 올해는 장마철이 지났음에도 중부지방에 좁고 동서로 긴 비구름대가 생성됐고 결과적으로 특정 지역에 비가 집중됐다는 것이다.

북극 기온 상승에 따른 중위도 지역 기압계 변화는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도 수십 년만의 폭염 혹은 홍수와 같은 이례적이고 극단적 기후 현상을 낳고 있다는게 기상학자들의 분석이다.

실제 유럽은 기록적 폭염과 가뭄을 겪고 있고 미국은 서부에서는 가뭄, 동부에서는 홍수가 발생했다. 파키스탄, 이란 등 지역에서는 기록적 홍수가 발생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기후 변화에 따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올여름 극단적 기후현상에 따른 피해는 경제적 후폭풍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는 이미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높아져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4.9% 상승했다. 

7월까지 누적치만 따져도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7.5% 이후 최고치지만 하반기에 물가 상승에 더욱 속도가 붙으면서 연간 기준 물가상승률이 5%는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8월의 폭염, 홍수 등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표적 물가상승 품목은 과일, 채소 등 농산물이 먼저 꼽힌다. 한국에서는 이미 올해 들어 봄 가뭄, 때 이른 무더위 등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라 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채소류 물가는 25.9% 올라 35.1% 오른 석유류 물가와 함께 전체 물가 상승을 앞장서 이끌고 있다.

그 밖에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대규모의 차량 침수에 따른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을 비롯해 각종 건축물, 구조물 등 복구에 따른 건자재 수요 증가 등 8월 중부지방 폭우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6~7월 폭염이 하반기 물가상승을 자극한다는 분석도 나와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7월31일에 내놓은 ‘추가적 인플레 압력, 폭염’ 보고서에서 “폭염이 지속되면 농축산물 등 서민 경제와 관련이 많은 식탁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폭염이 강세인 연도에는 하반기 평균 물가상승률이 상반기 대비 0.2%포인트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물가 관리를 맡은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강도 높은 고금리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물가상승률이 6~7%가 되면 가속화되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꺾이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 금리 인상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나중에 뒤집으려면 더 큰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어두운 마음으로 금리를 통한 물가 상승세를 꺾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