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유니콘기업 만들기] 지역의 좋은 기업을 지키는 비결

▲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이 3월16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유니콘기업 '리디'를 방문해 의견을 듣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비즈니스포스트]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사업을 펼치며 유니콘기업을 꿈꾸는 회사들이 지역유니콘기업연합(RUA)을 결성해 최근 부산 해운대 조선호텔에서 모여 워크샵을 가졌다. '지역에도 유니콘 기업을 만들자'라는 필자의 취지에 공감해 전국에서 13개 기업이 모였다.

이번 워크숍에 모인 기업들은 각자의 사업내용을 발표하며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광주에서 온 옵토닉스(대표 이용범)가 개발한 아이템은 침대에서 분리되는 휠체어인데 판매를 눈앞에 둔 단계에 와 있었다. 이와 함께 보행자의 보폭을 측정해 이를 빅데이타화하여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플랫폼 사업도 완성단계에 있었다.

청주에서 온 네오세미텍의 김선각 대표는 순환냉각시스템에 부착하면 냉각수 내의 모든 불순물을 걸러내는 장치를 개발하여 대기업 등 수십여 곳에 납품하고 있었다. 이 장치는 앞으로 대형빌딩의 냉각탑에 부착되고 해외로도 수출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부산에 있는 리버스팩토리의 조상욱 대표는 전기차배터리 케이스의 온도를 유지하는 물질을 개발하여 상용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리버스팩토리가 개발한 이 물질은 건물외장재, 태양광발전 등으로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해보였다.

경남에서 온 로아메드(대표 최임철)는 무통침, 즉 손가락을 찔러도 통증이 전혀 없는 침을 개발하여 모 기업과 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무통침은 당뇨진단키트에 들어간다. 병원에서 혈당수치 측정을 위해 손가락을 찔러 피를 뽑는데 앞으로 이 무통침이 활용되면 시장을 크게 키워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대구에서 온 티지바이오의 허태린 대표는 비만 환자에게 효과가 좋은 물질을 개발하여 미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운동으로 지방을 분해해 살을 빼는데 이때 어느 특정 시점이 되면 지방분해 세포가 작동한다. 티지바이오가 개발한 제품은 이 지방분해 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 이번 지역유니콘기업연합(RUA) 제1차 워크숍에 참석한 여러 기업들의 아이템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해보였다. 워크숍 이후에 서로 간의 사업상 시너지를 위해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유니콘 기업이 되려면 투자가 지속해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역에서 투자가 계속 있어 줄 것인가. 지역에서 투자를 받으려면 쉽겠는가. 투자를 충분히 받아야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그래야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다. 

이들 기업을 어떻게 하면 지역에서 붙들어 두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까. 지역 기업 중에서는 서울로 옮겼다면 회사 규모를 열 배 이상 더 키웠을 것이라고 뒤늦게 한탄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지역의 유니콘 후보기업들은 지금도 서울로 옮겨가는 것을 놓고 고민하는 사례가 많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동남권협의회에서 최근 부산 스타트업 대표 95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대상 95명 중 절반 이상인 51명이 부산에서 사업을 하지 않거나 떠날 고민을 한다고 응답했다. 지역에 투자생태계가 없기 때문이었다. 초기 투자뿐 아니라 후속 투자를 받기도 매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막상 지역에 벤처투자 자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부산에만도 총 4843억 원 규모의 28개 모태펀드와 각 250억 원 규모의 자펀드 2개가 결성돼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부산업체가 아닌 주로 서울에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제2의 도시 부산도 이럴진대 광주나 대구는 말해 뭣할까. 

이러한 유니콘 후보 기업에 대하여 각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특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크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키면 광역지자체의 예산으로 파격적으로 밀어줘야 한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본사와 인력을 실질적으로 지역에 두는 조건을 걸어둔 뒤 시리즈 B(통상 누적 투자액 100억) 투자까지는 파격적으로 해야 한다. 

지역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는 곧 지역청년들에게 인건비를 주는 일과 같다. 만약에 이런 방식으로 파격적 투자생태계를 만들면 수도권에 있는 혁신기업들도 지역으로 옮겨올 수 있다. 광역 지자체장이라면 지역 유니콘 기업 펀드를 만들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투자유치에 걱정 없도록 만들어주는 일을 해야 한다. 

광역 지자체가 유니콘 후보기업의 지분 중 일부를 확보하여 기업공개(IPO)가 될 때는 다시 투자금이 회수되는 투자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광역지자체가 경쟁적으로 혁신기업을 유치하는 시기가 오길 바란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자발적으로 지역으로 옮겨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현실적인 지역 혁신대책으로 그나마 있는 좋은 기업이라도 잘 지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역 유니콘 기업을 하나라도 만들어 내는 광역지자체장은 다음 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비즈니스동맹 의장 이경만
 
이경만 의장은 행정고시 38회에 합격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과장, 국장, OECD 한국센터 경쟁정책본부장,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현재는 혁신기업 지원, 지역균형발전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