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정부가 미국 정부와 손잡고 2025년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시작한다.

니케이아시아는 29일 일본과 미국 정부가 미국 워싱턴DC에서 외무·경제 수장이 참석하는 ‘경제정책 협의 위원회(2+2 경제 및 외교 수석회의)’를 열고 올해 말까지 차세대 2나노 반도체 연구개발센터를 개설하는 데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잡으려 미국 일본 반도체 동맹, 2025년까지 2나노 양산 추진

▲ 일본 정부가 미국 정부와 손잡고 2025년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시작한다. 키오시아 욧카이치 공장. <키오시아>


이날 회의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요시마사 일본 외무성 대신,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성 대신이 참석한다.

올해 말 일본에 설립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개발센터(가칭)’는 더 적은 전력으로 우수한 성능을 제공하는 2나노 반도체를 연구한다.

반도체 기술개발센터는 2025년부터 일본에서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시제품 생산라인도 갖추게 된다. 

이번 반도체 기술개발센터 설립에는 일본 도쿄대, 일본 국립산업기술종합연구소와 리켄 국립연구소 등이 동참한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기술개발센터 설립이 한국과 대만에 빼앗겼던 일본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되찾는 데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은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대만 TSMC는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10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의 90% 이상을 담당한다.

반면 199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의 50%를 생산하던 일본은 현재 점유율이 15%대로 급락했다.

게다가 미세공정에서는 한국, 대만과 격차가 너무 벌어져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6월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고 TSMC도 올해 하반기부터 3나노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반도체 설계뿐만 아니라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려는 미국과 손잡고 2025년까지 2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해 한국과 대만을 추격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반도체 연구개발에 1조 엔(약 9조6천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도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다시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은 2024년까지 2나노, 2025년까지 1.85나노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의 2나노 반도체 양산 계획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본과 미국 기업들이 오랫동안 반도체 생산보다는 반도체 설계나 소재·부품·장비 등에 초점을 맞춰왔던 만큼 이른 시일 안에 반도체 기술자나 노하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반도체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비용 등의 측면에서 인건비와 물가가 비싼 일본과 미국은 불리한 측면이 크다.

유노가미 다카시 미세가공연구소 소장은 일본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에 올린 기고문에서 “대규모 공장에는 숙련된 기술자만 수백 명이 필요한데 문제는 현재 일본에 그런 기술자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삼성전자 입사가 하나의 엘리트 코스로 인식되는 한국조차 반도체 강국을 외치며 10년 이상 장기 계획을 세우는 마당에 일본은 20, 30년 이상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