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LG생활건강은 새겨야 한다, 공든 탑 생각보다 쉽게 무너진다

▲ LG생활건강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문제가 된 물티슈 회수 공지사항 뒤로 ‘지속가능한 FMCG(일상 소비재) 기업으로서 환경을 지키며 고객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는 문구가 보인다. < LG생활건강 홈페이지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지속가능한 FMCG(일상 소비재) 기업으로서 환경을 지키며 고객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LG생활건강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 등장하는 문구다. 
 
하지만 이 같은 문구가 무색해졌다. 최근 유해물질이 검출된 유아용 물티슈 제품과 관련해 LG생활건강의 태도를 두고 말이 많다. 

이번 사건은 LG생활건강이 판매한 물티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데서 시작됐다. 

LG생활건강이 판매한 유아용 물티슈 ‘베비언스 온리7 에센셜55(핑크퐁 캡 70매 물티슈)’ 제품 가운데 지난해 11월8일 생산된 제품에서 위생용품에 사용할 수 없는 살균보존제가 검출됐다. 

이 물질은 메칠이소치아졸리(MIT)와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으로 과거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사용됐던 성분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국민들에게는 ‘악몽’같은 사건이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해당 사건에서 발생한 사망자만 1만4천 명에 이른다. 

이 물티슈를 구매한 소비자라면 당장 물티슈 사용을 멈춰야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이 이번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헤아렸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LG생활건강은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은 뒤 2~3일이 지난 뒤에야 이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렸다.

이번 유아용 물티슈 제품의 후속 조치와 관련한 LG생활건강의 타임라인을 재구성해보면 이렇다. 

7월4일 LG생활건강은 식약처로부터 구두로 해당 물품 회수를 통보받았다. 이후 다음날인 5일 정식으로 공문을 받은 뒤 LG생활건강 유관부서들은 사실 확인 이후 공지문을 작성했다. 

작성된 공지문은 6일 홈페이지에 게시됐고 전국 단위 일간지에는 7일부터 게재되기 시작했다. 

원칙적으로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공문을 받은 뒤 ‘지체 없이’ 이를 알려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2~3일 늦게 공지를 띄우게 된 것이다. LG생활건강이 이번 사건을 두고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기자의눈] LG생활건강은 새겨야 한다, 공든 탑 생각보다 쉽게 무너진다

▲ LG생활건강이 판매한 유아용 물티슈 ‘베비언스 온리7 에센셜55(핑크퐁 캡 70매 물티슈)’ 제품 가운데 지난해 11월8일 생산된 제품에서 위생용품에 사용할 수 없는 살균보존제가 검출됐다. 사진은 살균보존제가 검출된 ‘베비언스 온리7 에센셜55(핑크퐁 캡 70매 물티슈)’ 제품.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3일 LG생활건강 홈페이지에는 한국소비자원의 공익 광고가 무더기로 게재된다. 

이 때문에 LG생활건강의 홈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어야 할 물티슈 판매 중지 알림 공지글을 첫 화면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현재는 LG생활건강 홈페이지 전면에 해당 공지문이 띄워져 있다. 

LG생활건강은 홈페이지를 담당하는 부서와 다른 실무 부서 사이에서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아 공지가 뒤로 밀리는 일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이 소비자들에게 문제점을 성실하게 알려야하는 의무를 피하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제가 된 제품이 온라인 쇼핑몰과 LG생활건강 임직원몰에서 계속 판매되고 있다는 언론의 후속 보도도 이어졌다. 

LG생활건강은 제품의 생산라인이 달라 같은 이름의 제품이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여 또 한번 아쉬움을 남겼다.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위험성을 알려야하는 시점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LG생활건강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물티슈는 ‘유아용’이다. 물티슈 전면에는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인 ‘핑크퐁’이 자리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그만큼 꼼꼼히 골랐을 부모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매일 이 물티슈를 사용해 아이의 얼굴과 손을 닦아줬을 부모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LG생활건강의 태도는 안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다. 

과거 가습기 사건의 악몽을 기억하는 소비자라면 아이들의 손과 입으로 주로 향하는 물티슈가 아이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가져올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이번 제품은 LG생활건강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으로 LG생활건강이 직접 제품을 생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당연히 국내 대표 소비재기업인 LG생활건강을 믿고 해당 제품을 구매한다. LG생활건강이 책임지고 앞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LG생활건강은 제조사와 함께 현재 원인을 찾고 있다고 한다.

하루 빨리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앞으로 소비자들은 LG생활건강이 내놓는 다른 제품들을 믿고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LG생활건강은 국내 대표 소비재기업이다. 2001년 설립된 이후 마시는 음료부터 몸에 바르는 화장품, 바디용품, 구강용품, 주방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소비자들의 신뢰가 이번 사건으로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신뢰에 한번 균열이 간다면 그 균열이 커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공든 탑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진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