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반도체 성능을 더욱 높이기 위한 패키징 등 후공정(OSAT)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패키징 관련 장비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미세공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세공정에서 생산하는 고성능 반도체칩일수록 성능을 높이기 위한 패키징 공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후공정 투자 늘려, SFA반도체 하나마이크론 네패스 수혜

▲ 삼성전자가 국내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과 협력을 강화한다. 삼성전자 협력사인 하나마이크론 반도체 공정 장비 모습.  < 하나마이크론 홈페이지 갈무리>


15일 기업신용평가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SFA반도체, 하나마이크론, 네패스와 같은 반도체 후공정 기업들이 반도체 미세공정 강화에 따라 성장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생산공정은 일반적으로 크게 '칩 제조(산화, 포토, 식각, 박막·증착, 배선)→테스트→패키징' 순으로 이뤄져있다. 이 가운데 테스트와 패키징이 후공정에 해당한다. 

테스트는 칩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는지를 검사하는 것을 말하고 패키징은 여러 칩을 하나로 이어붙여 반도체 완제품으로서 성능을 발휘하게 만드는 공정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칩 제조 미세공정에서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을 상용화하며 TSMC와 경쟁하고 있지만 후공정 경쟁력에서는 크게 뒤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후공정 분야 투자를 늘리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SFA반도체는 반도체 패키징 및 제품 테스트 전문기업으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과 긴밀한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기보 한국기업데이터 전문위원은 “반도체 산업의 고성능화와 복합화가 진행되면서 후공정 관련 시장규모는 해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시스템반도체 수요 증가예 따라 SFA반도체의 지속적 외형성장이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SFA반도체가 올해 매출 7600억 원, 영업이익 95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보다 매출은 18.5%, 영업이익은 43.9% 늘어나는 것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SFA반도체의 주요 고객회사들이 패키징과 테스트 아웃소싱 전략을 진행함에 따라 2024년에는 매출 1조300억 원, 영업이익 125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마이크론 역시 삼성전자의 반도체 미세공정 강화에 따라 힘을 받을 기업으로 꼽힌다. 플립칩 패키지, 유연소자 패키지 등 핵심 패키지 기술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업체다.

박정연 나이스디앤비 연구원은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수행하던 패키징 공정을 반도체 후공정(패키징과 테스트)업체에 위탁하는 추세가 늘어남에 따라 하나마이크론도 실적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증권은 하나마이크론이 올해 매출 9353억 원, 영업이익 1619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보다 매출은 39.7%, 영업이익은 54.6% 늘어나는 것이다.

SK증권은 하나마이크론의 실적이 2024년에는 매출 2조1377억 원, 영업이익은 2093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네패스도 삼성전자에 이어 퀄컴까지 주력 고객회사로 확대하고 있어 성장가능성이 높은 반도체 후공정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재윤 유안타증권연구원은 “네패스는 반도체 후공정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며 “글로벌 후공정 업계에서 톱티어로 성장할 잠재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국내 증권업계와 기업신용평가 업체들이 우리나라 반도체 후공정 업체들의 미래를 밝게 바라보는 것은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 됨에 따라 불량률을 낮출 수 있는 테스트공정과 패키징 공정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베리파이드 마켓 리서치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후공정(OSAT) 시장은 2018년 306억8천만 달러에서 2026년 440억5천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를 앞서기 위해서는 국내 후공정 장비업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상생협력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시선이 많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최첨단 미세공정인 3나노 파운드리에서 TSMC보다 먼저 양산에 성공하며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후공정에서는 대만의 생태계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아래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의 김형준 단장은 최근 한 반도체 패키징 포럼에서 “2020년 기준으로 국내 반도체 후공정(OSAT)업체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아직까지 6%에 불과하다”며 “TSMC, 인텔 등 해외 업체가 반도체 후공정 관련 업체와 협력을 강화해 육성하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최강국인 대만은 반도체 생태계의 마무리 부분을 차지하는 패키장과 테스트를 맡은 산업 생태계가 가장 잘 갖춰진 나라로 손꼽힌다.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대만의 반도체 후공정 기업인 ASE의 협력관계가 대표적 사례다. ASE가 성장한 배경으로는 TSMC의 패키지 물량의 상당수를 받은 것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ASE의 경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미국의 앰코보다 2배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반도체 패키지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상위 2개 기업으로는 인텔(4조6천억 원)과 TSMC(4조 원)이 꼽힌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반도체 생산 인프라에 60조 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 비전 2030’을 2019년 4월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비전 2030’과 관련된 전체 투자규모를 기존 133조 원에서 171조 원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고영관 삼성전자 테스트 앤 시스템 패키지(TSP) 총괄 소재 기술팀 상무는 올해 5월 인하대학교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반도체 패키징 역량강화를 위해 국내 기업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고 상무는 학술대회에서 “3년 전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반도체 패키징 장비를 비롯한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면서도 “하지만 아직도 핵심 장비의 80% 가량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상무는 “국내 반도체 패키징 업체와 기술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계속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