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수출입은행 직원들은 수출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으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조직 이해도가 높은 내부 출신이 다음 행장을 맡아야 한다고 바라본다.
17일 수출입은행 안팎에 따르면 방문규 전 수출입은행장이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되면서 공석으로 남아 있는 행장 임명을 위한 제청 절차가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수출입은행장들이 장관급 고위직으로 영전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면서 수출입은행장 자리를 놓고 관심이 커지고 있기도 하다.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각각 수출입은행장을 지낸 뒤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도 수출입은행장을 거친 뒤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 행장 후보군으로 김철주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황건일 세계은행 상임이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이 유력 후보들로 꼽히는 이유는 역대 수출입은행장들과 마찬가지로 기재부 출신 관료이기 때문이다.
역대 수출입은행장 21명 가운데 은행권 인사 6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재무부와 기획재정부 등을 거친 경제관료 출신이었다.
김 전 비서관과 최 전 사장, 황 이사 모두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무부와 기획재정부를 거쳤다.
역대 수출입은행장에 기재부 출신이 지속적으로 발탁된 것에는 수출입은행이 기재부 산하 기관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주무부처가 기재부이기 때문에 행장 인선에 기재부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같은 금융공기업이지만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주무부처가 금융위원회다.
수출입은행장은 한국수출입은행법에 따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끔 돼 있어 사실상 기재부 출신의 텃밭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수출입은행 직원들은 처음으로 내부출신 행장이 탄생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출신 행장이 조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수출입은행을 누구보다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경제 환경이 불안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전문성이 높은 내부출신 인사가 행장을 맡아야 대외정책금융과 국제금융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수출입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은 13일 성명서를 통해 “수출입은행 출신 인사는 전문성과 조직안정 관점에서 충분한 경험과 역량이 있기에 그 누구보다도 충실히 은행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 황건일 세계은행 상임이사.
다음 수출입은행장의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최희남 전 사장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양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9회 행정고시에 합격 뒤 재정경제부에서 외화자금과와 국제금융과 과장을 거쳤고 기획재정부 G20기획단 단장, 국제금융협력국과 국제금융정책국 국장 등 국제금융 관련 업무를 맡았다. 이후 세계은행 상임이사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를 지냈고 한국투자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김철주 전 비서관은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재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과장을 거쳐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과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내고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했다.
황건일 이사는 1961년에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과 미국 오리건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31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원과 재정경제부를 거쳐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관과 경제부총리 비서실장, 국제금융정책국장, 국제경제관리관 등을 지냈다. 2018년부터 세계은행 상임이사로 일하고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