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자동차를 몰면서 운전대를 놓고 마음편히 카카오톡을 하는 일이 올해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고도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레벨3' 자동차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연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운전대 놓고 카톡한다, 현대차 자율주행 레벨3 제네시스 G90 연내 출시

▲ 제네시스 G90. <현대자동차>


목적지와 경로만 입력하면 알아서 가는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을 적용한 카헤일링(호출형 차량공유) 시범 서비스도 진행될 예정이어서 이르면 8월부터 일반 시민들이 타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올 4분기 안으로 자율주행 레벨3 기술인 ‘고속도로 자율주행(HDP, Highway Driving Pilot)’이 적용된 제네시스 G90을 출시한다.

국내 자율주행에는 속도 제한이 없으나 현대차는 국제 기준에 맞춰 최대속력을 시속 60km로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판매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도 올해 초 신형 G90 출시 미디어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G90 자율주행 3단계 적용은 규제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고속도로 60km 이하에서 운전자가 실제로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주행 조건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도 자율주행 레벨3 상용화을 지원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기준 개정을 추진한다고 최근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2019년 12월 세계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기준을 제정한 바 있다.

국토부의 개정안은 자율주행 해제 방식을 더욱 명확하게 구체화하고 운전전환요구 기준도 개선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기존에는 자율주행 상황에서 가속 또는 제동장치를 조작하면 자율주행 기능이 바로 해제되도록 했다. 이와 달리 개정안은 운전대를 잡지 않고 페달만 조작할 때는 바로 자율주행 기능을 해제하지 않고 제작사가 자율적으로 운전으로 전환하는 시간을 설정하도록 변경했다. 

국토부는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기준과 보험제도를 2019년과 2020년에 이미 완비해둬 현재 일반 국민이 레벨3 자율주행차를 출시해 운행하는 일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레벨3이 적용된 자동차를 일반 시민이 운행하는데 필요한 제도적 준비가 갖춰진 셈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2016년부터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가 6단계(레벨0~5)로 분류한 J3016 표준이 글로벌 기준으로 여겨진다. 이 가운데 레벨0~2는 운전자가, 레벨3~5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 주도권을 쥔다.

레벨3는 비상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해 ‘조건부 자동화’로 불린다. 레벨4는 운전자가 출발 전에 목적지와 이동 경로만 입력하면 되는 ‘고등 자동화’, 레벨5는 운전자가 아예 필요 없는 ‘완전자동화’ 단계다.

레벨3 수준의 기술만 적용돼도 최근 양산차에 적용되고 있는 레벨2와 달리 주행 중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된다.

제네시스 G90에 적용되는 HDP 시스템은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주행할 때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뗀 상태에서 앞 차와의 거리 및 차로를 유지해 준다.

기능 고장 또는 한계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에게 제어권 인수를 요청한다. 운전자가 신체 이상으로 제어권을 인수하지 않으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주행을 한다.

현대차는 G90 출시 뒤 국가별 상황에 따라 시속 60km의 자율주행 제한 속도를 높일 계획을 세웠다. 자율주행 제한 속도를 높이는 데 기술적 기반은 갖춘 만큼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속도 제한을 해제해 자율주행의 활용성을 높이는 방침을 추진한다.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레벨4 자율주행은 민관협력을 통한 실증사업이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6월9일 서울 강남 일대에서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을 적용한 아이오닉5로 카헤일링 시범서비스 ‘로보라이드’ 실증을 시작했다.
 
운전대 놓고 카톡한다, 현대차 자율주행 레벨3 제네시스 G90 연내 출시

▲ 강남 로보라이드 시범 서비스. <현대자동차>


로보라이드는 서울시와 협력해 교통신호와 자율주행차가 연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운행구역 대부분을 자유롭게 달릴 수 있다.

자율주행 관련 안전 교육을 이수한 비상운전자 1인이 운전석에 탑승해 비상 상황에 대응하고 승객은 최대 3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사전에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취득한 현대차·기아는 내부 기준을 통해 선발된 인원들을 대상으로 고객 체험단을 구성해 초기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르면 8월부터 일반 고객도 타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서울 자율주행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자율주행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일반 시민이 자율주행과 접촉하는 통로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에 따라 서울시는 2020년 상암을 시작으로 ‘자율차 시범운행지구’를 올해 강남, 내년 여의도, 2024년 마곡 등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올 하반기에는 청계천에 연간 9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도심순환형 자율주행버스를 청계광장부터 청계5가까지 4.8km 왕복 운행한다.

로보라이드 1호 승객으로 시승을 마친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앞으로 로보라이드 뿐 아니라 강남을 순환하는 자율주행버스를 도입하는 등 상암동, 청계천과 함께 강남 일대를 자율차 거점으로 조성해 도심 자율주행의 상용화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