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실시된 하나금융지주 디지털 전략 조직개편에서 박 부사장의 역할이 확대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그룹디지털총괄 아래 △디지털전략본부 △데이터본부 △ICT본부를 두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하나금융지주는 기존에 그룹디지털총괄, 그룹데이터총괄, 그룹ICT총괄 등 임원을 두고 3개 부문을 각각 운영했는데 데이터 부문과 ICT 부문을 그룹디지털총괄 아래로 옮기면서 수평적이던 조직 구조를 수직적으로 바꾸었다.
그룹데이터총괄과 그룹ICT총괄을 각각 맡고 있던 황보현우 상무와 정의석 상무는 앞으로 데이터본부장과 ICT본부장으로 역할을 하게 된다.
박 부사장은 그룹디지털총괄 겸 디지털전략본부장을 맡게 된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략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및 관계사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디지털 관련 업무를 집중해서 할 수 있는 만큼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생활금융 플랫폼 구축, 계열사끼리 플랫폼 연결, 글로벌 결제시스템 구축 등 디지털 분야에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어 특히 박 부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 부사장은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등 계열사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디지털 전략과 기술 부문을 지원하고 계열사 사이 협업 방안을 적극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사장은 그룹 안에서 IT 전문가로 꼽힌다.
하나금융그룹에 몸담은 뒤 20년 넘게 IT 관련 부서에서 일했다. 정보전략기획부, 전산정보개발팀, IT통합이행부, 정보보호부, IT기획부, IT개발본부, ICT본부를 거쳤다.
하나금융지주의 IT 자회사 하나금융티아이의 대표이기도 하다.
하나금융티아이는 그룹 내 계열사들을 위해 전산망을 구축·관리해 주거나 IT 전략을 지원할 뿐 아니라 혁신 금융서비스 개발 등 그룹 전체의 디지털 전환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함영주 회장은 금융지주 사이 디지털 전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각 계열사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고 협업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디지털 부문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과 대결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태생적 뿌리를 디지털에 두고 있는 빅테크 기업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디지털 경쟁력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
함 회장은 2일 서울 명동사옥에서 2030년을 바라보는 그룹의 새로운 비전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과 이를 위한 중장기 전략목표 ‘O.N.E. Value 2030’을 발표했다.
하나금융그룹이 그룹의 비전을 바꾼 건 2014년 이후 8년 만으로 함 회장의 금융산업 인식과 혁신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새 비전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은 ‘하나만의 방식’과 ‘시간과 공간·미래·가치의 연결’, ‘모두가 함께 누리게 될 금융 그 이상의 금융’이라는 3가지 의미와 함께 △신뢰 △혁신 △플랫폼이라는 그룹이 나아가야 할 3대 방향성을 담고 있다.
함 회장은 이날 새 비전을 제시하며 혁신적 플랫폼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은 일상 속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금융을 넘어 모두가 필요로 하는 세상과 미래를 연결해줄 것”이라며 “하나금융만의 혁신적 플랫폼을 통해 모두가 금융을 즐기고 신뢰에 기반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함께 비전을 이뤄가자”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