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퀄컴이 기존에 선보인 PC용 프로세서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이 고성능 PC용 CPU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을 선언하면서 애플의 신형 프로세서 ‘M2’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퀄컴이 계획대로 내년에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강화한 PC용 프로세서를 선보인다면 삼성전자가 노트북과 태블릿PC 등 하드웨어사업 및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9일 미국 IT전문매체 씨넷에 따르면 퀄컴은 앞으로 내놓을 PC용 프로세서 성능이 기존의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시리즈와 비교해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점을 자신하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인터뷰를 통해 “PC용 CPU 시장에서 성능 리더십을 차지하겠다”라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PC용 CPU시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사실상 인텔의 독주체제로 유지되어 왔다. AMD가 인텔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며 시장 점유율을 빼앗고 있는 것도 최근 수 년 동안의 일이다.
애플이 2020년 자체 PC용 프로세서 ‘M1’을 처음 선보이며 시장에 진입한 뒤로는 판도가 더욱 크게 뒤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 거의 모바일 프로세서에만 쓰이던 ARM의 반도체 설계기반을 PC용 CPU에 활용해도 인텔과 AMD를 뛰어넘을 만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애플이 증명한 셈이기 때문이다.
퀄컴도 모바일 프로세서시장에서 절대적 시장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애플의 행보에 자극을 받아 본격적으로 PC용 프로세서 출시를 선언하고 공격적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씨넷은 “애플이 최근 공개한 M2 프로세서로 더욱 주목을 받은 것은 퀄컴도 반길 만한 일”이라며 “모바일 프로세서 설계 기반의 PC용 프로세서 경쟁력을 증명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퀄컴이 PC용 프로세서를 처음 출시하는 2023년에 애플은 ‘M2프로’ 프로세서 기반의 맥북프로와 아이패드 등 신제품을 선보이고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의 프로세서가 사실상 애플의 M2 시리즈 프로세서에 도전장을 내밀고 맞경쟁을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퀄컴은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노트북용으로 개발해 공급하며 꾸준히 PC용 프로세서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 오고 PC 제조사 고객사 기반도 확보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PC용 프로세서 개발을 위해 고성능 프로세서 설계 전문업체인 누비아를 14억 달러(약 1조8천억 원)에 인수하는 등 대규모 투자도 이뤄졌다.
PC용 프로세서시장에서 인텔과 AMD, 애플을 모두 꺾고 기술 선두를 차지하겠다는 퀄컴 CEO의 자신감이 어느 정도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퀄컴의 새 프로세서 출시는 주요 협력사인 삼성전자에 큰 수혜로 돌아올 잠재력이 있다.
특히 삼성전자 노트북과 태블릿PC 등 하드웨어사업,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서 모두 퀄컴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 삼성전자 프리미엄 노트북 '갤럭시북' 시리즈. |
삼성전자는 현재 노트북에 인텔과 AMD의 프로세서, 태블릿PC에 스냅드래곤의 모바일 프로세서를 사들여 탑재하고 있다.
인텔과 AMD 프로세서는 전력 효율과 발열 측면에서, 스냅드래곤 모바일 프로세서는 성능 측면에서 각각 애플 M시리즈 프로세서와 비교해 약점을 안고 있다.
삼성전자의 노트북과 태블릿PC 하드웨어 경쟁력도 결국 애플에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퀄컴이 약속한 대로 새 PC용 프로세서가 애플 M시리즈와 같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모두 확보한 제품으로 출시된다면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경쟁력을 높일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노트북과 태블릿시장에서 모두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기 때문에 성능 경쟁력을 앞세워 맥북 및 아이패드 수요를 빼앗아 올 수 있는 기회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퀄컴이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사업 최대 고객사인 만큼 앞으로 PC용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기려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애플은 이미 M시리즈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대만 TSMC에 전량 맡기고 있다. TSMC의 최신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해 PC용 프로세서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더 높이려는 목적이다.
퀄컴도 애플의 뒤를 따라 TSMC에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맡길 수 있지만 애플과 기술적으로 차별화를 노려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이 이론상 TSMC 3나노 공정보다 우수한 트랜지스터 기술을 적용하는 만큼 성능 경쟁력에서 퀄컴 프로세서가 애플을 뛰어넘을 기회로 고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퀄컴은 상반기 출시한 최신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 1세대 위탁생산도 전량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등 굳건한 협력 관계와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퀄컴이 고성능 PC용 CPU를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약속한 대로 충분한 성능 경쟁력을 단기간에 구현할 수 있을지는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