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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오현 삼라마이다스(SM)그룹 회장. |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과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될까?
국내 30대기업 대부분이 오너 2세나 3세가 회사를 이끌고 있는 재계에서 우 회장은 제조업분야 자수성가형 창업주로 꼽힌다. 금융권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쌍벽을 이룬다.
우 회장은 십여 년 사이 인수합병을 통해 SM그룹을 4조5천억원 대 자산규모의 중견그룹을 일궜다.
우 회장은 최근 구조조정의 격랑에 빠져있는 조선업까지 인수합병 대상을 확대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 조선사 인수에 신중한 우오현, 강덕수와 다른 길 갈까
26일 재계에 따르면 SM그룹은 SPP조선 사천조선소 인수를 위해 채권단과 막판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SPP조선 사천조선소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한때 글로벌 조선소 순위 30위권 이내에 올랐던 곳이다.
SM그룹은 2013년 대한해운을 인수했다. SPP조선 인수에 성공할 경우 SM그룹은 해운사와 조선사를 모두 거느리게 된다.
SM그룹은 올해 들어 성우종합건설과 동아건설산업을 품에 안았다. SM그룹은 건설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한동안 건설사 인수가 뜸하다가 다시 건설사업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오현 회장은 인수합병시장에 나온 건설사 5~6곳을 인수해 대형건설사로 키우는 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 회장의 이런 몸집불리기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을 떠오르게 한다.
강 전 회장은 2001년 쌍용중공업을 인수해 STX그룹을 세웠다. STX그룹은 1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STX조선, STX에너지, STX팬오션을 차례로 인수하며 한때 재계순위 11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해운의 불황이 닥치자 재무구조가 취약한 STX그룹은 견디지 못하고 일순간에 무너졌다. STX그룹의 주력계열사였던 STX조선해양은 3년의 채권단 자율협약을 거쳐 법정관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SM그룹을 보는 우려의 시선에 STX그룹에 대한 학습효과가 자리잡고 있다. SM그룹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과거 STX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물론 우 회장은 강덕수 전 회장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우 회장은 “SPP조선 인수에 나서자 다들 강 전 회장 사례를 들어 우려한다”며 “내실을 다지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PP조선 인수가 지연되는 것도 우 회장의 신중함이 작용한다. 우 회장은 SPP조선 본계약 체결기한을 한 차례 넘겼고 27일까지 최종시한을 연장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쟁점은 가격이다. 우 회장은 채권단이 제시하는 가격에 SPP조선을 인수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우 회장은 “SPP조선 실사를 해보니 감춰진 부실이 있고 추가로 상당한 비용을 떠안게 돼 현 수준에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매물이더라도 고가로 인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 회장은 SM그룹이 2014년 팬오션 인수후보로 부상했을 때도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SM그룹이 팬오션 예비입찰에 참여하자 대한해운과 합쳐 규모를 키우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우 회장은 팬오션 입찰가격이 높아지자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 회장은 “무리한 인수합병에 나서는 것은 재무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 회장은 “강덕수 전 회장이 실패한 것도 해운업과 조선업에 무리하게 집중해 덩치를 키운게 화근”이었다며 “최근 해운업 경기를 고려해 대한해운을 안정적 성장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우 회장은 현재 업황이 좋은 한두 사업에 집중하는 것을 경계한다. 우 회장은 “한 우물만 파다 깊이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한 기업이 많다”며 “지금 잘 된다고 10년 뒤에도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SM그룹은 그룹의 실적을 견인한다고 할 만한 주력사업이나 주력계열사가 딱히 없다. 사업분야도 건설, 해운, 화학, 금속 등 다양하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우 회장의 전략인 셈이다.
덕분에 한 곳이 쓰러진다고 해도 다른 계열사에 부담이 크게 전가되지 않는다. 지배구조 역시 어느 한 곳에 집중되지 않는다.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위험을 나눠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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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오현 삼라마이다스(SM)그룹 회장. |
◆ 우오현 SM그룹 어떻게 키워왔나
우오현 회장은 빈손으로 시작해 4조 원대 중견그룹을 일궜다.
우 회장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평범한 농촌 가정의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광주상업고등학교를 나와 전남대에 합격했으나 등록금이 없어 대학진학을 포기했다.
우 회장은 학비를 벌기 위해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71년 양계업을 시작했다. 말이 양계업이지 처음 양계장에서 얻어온 병아리 십여 마리를 닭으로 키우는데서 출발했다. 점점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재미도 붙었다. 6년 만에 닭 2만 마리 규모의 양계공장을 운영하게 됐다.
우 회장은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으면서 새 집을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여러 가구가 사는 다가구주택를 짓자고 생각해 광주 일대 자투리땅에 빌라를 지었다.
우 회장은 집을 짓고 파는 과정에서 건설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간파하고 1978년 양계장을 정리하고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건설업의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종합건설사 면허를 취득하고 법인도 설립했다.
1988년 자본금 1억 원으로 비로소 SM그룹의 모체가 된 삼라건설이 탄생했다. 불교집안에서 태어난 우 회장은 우주 만물을 표현하는 ‘삼라만상’에서 회사이름을 따왔다.
1990년대 아파트 호황기 때 삼라건설은 급성장했다. 광주에서 전라도로 사업을 확대했지만 다른 건설사처럼 빚을 내 택지를 사서 사업을 벌이지 않았다. 아파트를 지을 때도 자사보유분을 일정부분 유지하면서 위기에 대비했다.
1990년 말 IMF 외환위기는 삼라건설에게 기회였다. 유동성 위기를 맞은 건설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수도권의 알짜 택지를 헐값에 풀었다. 삼라건설은 이 택지를 하나둘씩 인수해 인천, 용인, 구리 등 수도권으로 진출했다.
우 회장은 2000년대 들어 인수합병에 나섰다. 과거 주식투자로 큰 손해를 봐 회사 문을 닫을 위기까지 빠졌는데 이 경험이 오히려 인수합병에 눈을 뜨게 했다. 주식이 아니라 회사를 직접 사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우 회장은 2004년 법정관리 중이던 진덕산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거침없는 인수합병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우 회장에게 과제도 많다. 우 회장은 1953년생인데 경영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지만 후계구도를 준비해야 한다.
우 회장은 1남4녀를 두고 있다. 장녀인 우연아 대한해운 부사장만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우연아 부사장은 1977년생으로 뉴욕시립대학교를 졸업했다. SM그룹이 2011년 인수한 계열사 하이플러스카드 감사로 재직하다가 2013년 11월 대한해운 부사장에 취임했다.
대한해운은 SM그룹에서 가장 덩치가 큰 계열사로 자산규모가 전체의 3분의1을 차지한다. 우 부사장이 경영수업을 받기 적합한 계열사인 셈이다.
우 부사장은 2014년 동양생명과학 대표이사를 맡으며 역할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동양생명과학이 SM그룹 편입 이후 그룹 외연확대의 새로운 중추를 맡고 있어 우 부사장의 그룹경영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과학은 화장품브랜드 크레모렙으로 이란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티케이케미칼 주도로 열린 로드쇼에서 크레모렙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동양생명과학은 지난 2월 강릉시 금진 동계올림픽 특구에 SM호텔 건설을 착공하며 호텔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