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직선제 최초 3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지속될 듯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6월1일 서울 서대문구 한 빌딩에 마련된 선거 사무소에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선출직 서울시교육감 최초로 3선 고지에 오른다.

진보교육감으로서 정권교체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에 각을 세우면서 그동안 이어온 공교육 강화 정책을 더욱 고도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교육감 선거 결과 오전 0시9분 현재 개표가 15.80% 진행된 가운데 조희연 후보는 40.91%를 득표해 박선영 후보(23.89%)와 조전혁 후보(19.73%)를 제치고 당선이 유력하다.

조 후보가 이전 두 번의 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범보수 진영의 분열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수 후보인 박 후보와 조 후보의 득표율을 합산하면 진보 후보인 조 후보를 앞선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개입이 불가능한 구조로 후보가 난립하기 때문에 각 진영의 후보 단일화 성공 여부로 승패가 엇갈린다.

범보수 진영 후보로 윤호상, 박선영, 조전혁, 조영달 등 4명 후보가 나왔던 반면 진보진영에서 조 후보가 강신만 전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지지층 표심을 한 데 모을 수 있었고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시교육감은 ‘교육 소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학교교육에 끼치는 영향이 막강하다. 올해 기준 서울시교육청 예산은 연간 10조5886억 원에 달해 일반 시도의 전체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 후보는 재임기간 줄곧 추진한 '공교육 정상화'를 기반으로 이번 임기에선 '더 질 높은 공교육'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내세운다.

조 후보는 지난 8년 임기 동안 공교육 역할 확대와 학력 격차 축소, 기초학력 지원 집중, 특권교육 폐지 등 진보 진영의 비수월성 교육 기조를 추진했다.

서울에서 17년 만에 특수학교인 나래학교와 서진학교를 설립했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주도했다. 친환경 무상급식과 고교 무상교육도 시작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울시교육감으로 재임하면서 정책적으로 뚜렷한 ‘한방’을 보여준 게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 보수 진영으로부터 진보교육감의 평등교육 기조에 따른 학력저하 비판도 받았다. 조 후보는 이를 두고 학력저하를 입증할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의 화두는 ‘기초학력’이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학생들 사이 학력격차가 심화된 것을 메우기 위해 기초학력 보장대책이 주요 공약으로 제시됐다.

조 후보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무너진 '학습 중간층'을 복원하고 개별 학생 역량에 맞는 교육을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학습'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공약했다.

조 후보는 ‘인공지능 학력증진 개발 시스템’을 통한 학력진단도 내세웠다. 다만 평등교육 기조에 따라 줄 세우기식 진단은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또 유아 난독·경계선지능 전담팀 운영 확대, 초·중학교 기초학력 협력강사 지원 확대 등을 통해 기초학력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 후보는 또 오후 8시까지 초등 안심 돌봄을 위한 온종일 초등학교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를 본뜬 ‘KB(한국형 바칼로레아)’도 추진한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 IBO가 개발해 운영하는 국제 표준 논술교육과정으로 세계 150여 개국이 도입했다. IB를 도입하면 교육과정·수업·평가 등이 토론·논술형으로 바뀌게 된다.

윤석열 정부의 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 존치 움직임을 두고는 갈등도 예고된다.

조 후보는 문재인정부에서 2025년까지 자사고와 외고 등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국가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를 윤석열정부에서 뒤집는다면 거대한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며 단호하게 맞서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 후보는 1956년 10월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전주 풍납초와 전주북중, 서울 중앙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에서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재학 시절 유신헌법 등에 반대하는시위에 나서는 등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후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사회학자로서 소장학자들이 중심이 된 비판적 학술운동을 했다.

1990년부터 30여 년 동안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NGO(비정부기구)대학원장, 시민사회복지대학원장, 민주주의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당시 이 대학에서 NGO대학원과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시민운동 자료를 정리하는 민주자료관, 민주주의연구소 등 설립을 주도했다.

1994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함께 참여연대 창립을 주도했고 초대 사무처장을 지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으로도 일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 단일화 후보로 추대된 뒤 득표율 39.2%로 여론조사에서 앞서갔던 보수진영의 고승덕 후보와 문용린 후보를 제치는 파란을 일으키면서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됐다.

고승덕‧문용린 후보 등 보수 진영 후보 사이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진보 진영 단일후보였던 조희연 후보가 승리했다. 

당시 조 후보는 고 후보를 허위사실로 비방한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받아 당선 무효 위기에 몰리기도했지만 대법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아 자리를 지켰다.

201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박선영‧조영달 후보의 동시 출마로 재차 보수표가 갈리면서 진보 단일후보였던 조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했다.

현재 조 후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등 해직교사 채용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대상 1호로 기소됐고 재판을 받고 있다.

채용된 5명 가운데 한명은 201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예비후보로 출마했다가 조 후보와 단일화를 한 인물이다.

재판 진행 경과에 따라 조 후보가 3번째 임기를 수항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