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털이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떠오르면서 금융그룹들은 디지털 전략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금융그룹 자체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단숨에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은 만큼 디지털 신생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계열사와 협업을 늘리면서 투자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4대 금융지주 모두 전략적 투자 펀드로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추진하는 만큼 투자대상을 발굴하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대상 발굴이라는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혁신기업을 향한 투자가 그룹 전체에 보탬이 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현재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지주만 디지털 전략 펀드를 꾸리지 않았는데 우리금융지주도 하반기 3천억 원 규모의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에서는 박경훈 사장이 이끄는 우리금융캐피탈이 펀드 운용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옥일진 우리금융지주 디지털부문 상무 겸 우리은행 디지털전략그룹 부행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금융캐피탈이 운용을 맡을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며 “전체 펀드 규모는 계열사별 이사회 결정에 따라 정해지겠지만 다른 금융지주에서 조성한 펀드 수준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략 펀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그룹은 벌써 두 번째 디지털 전략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4월 “금융의 경계를 뛰어넘는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신한금융그룹 주요 계열사가 출자자로 참여해 디지털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원신한 커넥스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 펀드를 조성했다.
그 뒤 1년여 만에 이를 다 소진하고 올해 5월 후속 펀드인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2호’도 만들었다. 펀드 규모는 각각 3천억 원으로 더하면 모두 6천억 원에 이른다.
조 회장의 의지에 따라 디지털 전략 펀드 운용을 주도하는 인물은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이다.
정 사장은 투자금융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펀드 운용을 착실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계열사 사이 조정을 원활하게 진행하며 시너지를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과거 신한금융 계열사 협업조직인 GIB(글로벌 투자금융)부문장을 맡았을 때도 그룹 차원의 신생기업 대상 투자처를 물색하고 여러 계열사 힘을 모으는 역할을 한 적이 있다.
KB금융지주의 디지털 전략펀드인 ‘KB 플랫폼 펀드’는 KB증권과 KB인베스트먼트가 공동으로 운용하고 있다. KB증권의 기업금융(IB) 네트워크 기반과 KB인베스트먼트의 딜소싱(투자대상 발굴) 역량을 활용해 투자대상을 발굴 및 선정한다.
KB증권에서는 김성현 대표가 기업금융(IB) 부문을 지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실무적 감각이 뛰어나고 국내 금융투자 업계에서 30년 동안 일하며 쌓은 인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KB인베스트먼트 최초의 외부 출신 대표로 2018년부터 5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전까지 K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주로 KB국민은행이나 KB금융지주 출신이 맡았다.
한국투자파트너스에 2000년 입사해 대표 펀드매니저, 최고투자책임자, 부사장을 지낸 인물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영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인 올해 5월 ‘하나 비욘드 파이낸스 펀드’를 조성한 하나금융지주는 하나벤처스와 하나금융투자 신금융연구실에 펀드 운용을 맡겼다.
하나벤처스와 하나금융투자 신금융연구실은 벤처투자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며 투자대상 발굴부터 투자 결정까지 함께할 것으로 파악되는데 아무래도 벤처전문 투자회사인 하나벤처스의 경험과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는 2018년 10월 하나벤처스 설립 초기에 합류한 뒤 올해 초 연임에도 성공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는 경영총괄뿐 아니라 투자기업을 발굴하는 데도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