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인재영입과 발탁에서 파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본사로 사용하는 서울 중구 대경빌딩 1층 로비에는 그룹의 2022년 경영슬로건인 ‘돌파(Breakthrough) 2022, 리부트(RE:Boot) 신한’이라는 제목의 커다란 게시물이 놓여 있다.
 
[오늘Who] 신한금융 인사 제1원칙은 능력, 조용병 인재 발탁 '파격'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 게시물만 봐도 조 회장이 파격적으로 인사를 중용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바둑판처럼 구성된 게시물의 각 칸에는 조 회장과 계열사 대표이사들의 조직문화 발전을 위한 각오가 적혀 있는데 언뜻 봐도 신한금융그룹 출신이 아닌 인물이 한둘이 아니다.  

한때 신한금융그룹 모든 계열사의 최고경영자에 신한은행이나 신한생명 등 그룹출신이 대거 배치됐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조 회장이 특히 인수합병 성과와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에서 능력 있는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앞으로 신한금융그룹에 외부출신 최고경영자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어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BNPP카디프손해보험 대표이사에 강병관 전 삼성화재 부장을 내정하면서 조 회장의 실력위주 외부영입 인사 기조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외부출신의 40대 젊은 부장을 계열사 최고경영자로 영입하는 일은 금융권에서 흔치 않기 때문이다. 

강 내정자는 2006년 삼성화재에 입사한 뒤 글로벌, 대외 제휴, 투자 전략, 전사 경영,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대학생일 때는 ‘카페24’ 등 스타트업에서 IT 솔루션·서비스 개발 프로그래머로 일한 적이 있다.

강 내정자는 삼성화재에서 국내외 플랫폼 기업과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통합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서 실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현재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17명 가운데 외부 출신 인사는 모두 7명이다. 강 내정자가 곧 BNPP카디프손해보험 대표에 오르면 외부 출신 인사는 8명으로 늘어난다.  

조 회장이 나이, 경력, 출신 등에 얽매이지 않고 성과를 잘 내는 인재를 발탁하는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라이벌인 KB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 출신을 처음으로 자회사 대표로 영입하기도 했다.
[오늘Who] 신한금융 인사 제1원칙은 능력, 조용병 인재 발탁 '파격'

▲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 1층 로비에는 ‘돌파(Breakthrough) 2022, 리부트(RE:Boot) 신한’이라는 제목의 커다란 게시물이 놓여 있다.

주인공은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전통자산부문 대표이사 사장이다.

조 사장은 자산운용사 대표만 20년 넘게 지내 자산운용업계의 전문가로 불린다.

조 사장은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을 공동창업해 대표로 9년을 일한 뒤 2009년 KB자산운용 대표로 4년 동안 일했다. 그 뒤 KTB자산운용 대표로 2년 동안 있다가 2017년 KB자산운용 대표로 복귀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이영창, 김상태 두 명의 외부 출신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2020년 처음 대표이사에 선임됐는데 외부출신 인사가 처음으로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에 오른 것이었다.

이 대표는 대우증권에서 부사장으로 일했다. 1990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25년 동안 근무했고 주식중개(브로커리지)와 운용, 투자금융과 기획 및 관리업무까지 두루 경험한 자본시장 베테랑으로 평가받는다.

김상태 대표는 미래에셋증권 투자금융(IB) 총괄 사장을 지낸 정통 증권맨이다. 주식발행시장(ECM)과 채권발행시장(DCM) 등 영역에서 딜소싱(투자대상 발굴) 역량과 추진력을 인정받아 신한금융투자 대표에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라이프도 4년째 외부출신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성대규 신한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2019년 2월 영입됐다. 신한라이프 대표에 오르기 전까지 금융회사 경영 경험이 전혀 없었던 만큼 조 회장이 성 사장을 중용한 것을 두고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성 사장은 2021년 연임에 성공해 2022년 말까지 임기를 부여받았다. 

이 밖에 김희송 신한자산운용 대체자산부문 사장과 김지운 신한리츠운용 사장 등도 신한금융그룹 공채 출신이 아닌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들이다.

조 회장은 비은행부문의 중요성이 커지고 인수합병으로 신한금융그룹의 사업도 다양해지면서 전문성과 경험, 능력을 지닌 외부인재 영입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나 출신 등 배경만 보고 경영을 맡겼다가는 자칫 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강병관 내정자를 발탁하면서 “많은 금융회사가 디지털 손해보험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공 사례는 없다”며 “강 내정자의 경험과 전문성은 BNPP카디프손해보험의 변화에 큰 동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사장이나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 등 외부출신 인사가 조 회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능력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 외부인재의 영입기조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 사장과 성 사장은 모두 외부 출신임에도 능력을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