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 제품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고객사에 공급하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을 수시로 협상하는 대신 장기간 고정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새 가격 책정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시도하는 새로운 영업방식이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도 중장기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현지시각으로 12일 투자자 대상 발표회를 열고 ‘선제적 가격 협상’ 방식의 새 사업모델을 시범적으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메모리반도체기업은 일반적으로 매달 또는 분기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시세 변동을 반영해 고객사와 공급 가격을 두고 수시로 협상한다.
반면 마이크론은 메모리반도체 가격을 수년 동안 정해진 가격으로 판매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새 가격 책정방식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이미 10개 고객사가 새로운 가격 책정 방식에 동의해 앞으로 3년 동안 연간 5억 달러(약 64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고정적으로 발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기업과 고객사가 이를 통해 실적 변동성을 낮출 수 있고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제시했다.
마이크론이 시도하는 새로운 영업 방식은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공산이 크다.
고객사들이 반도체 공급에 장기 계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충분히 마이크론의 뒤를 따를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에 대부분의 실적을 의존하고 있어 그동안 반도체업황 변수에 따라 실적도 큰 폭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사례가 많았다.
이는 중장기 투자계획 및 재무구조 안정화에 어려움을 더할 수 있고 주가 변동성도 키운다는 점에서 뚜렷한 약점으로 지목됐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제품. |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주요 고객사에 장기간 정해진 가격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계약 체결을 확대한다면 실적과 재무구조, 주가 모두 안정성을 확보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사이 메모리반도체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이 나빠지는 '치킨게임'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은 이날 투자자행사에서 올해 메모리반도체시장을 두고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올해 D램 수요 증가율은 5~9% 안팎,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율은 20%대 후반 수준으로 특히 자동차와 서버 분야에서 가장 뚜렷한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를 합한 메모리반도체시장 규모가 전체 반도체시장보다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2030년까지 시장 규모가 올해의 2배 수준을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메모리반도체가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시장 성장에 꾸준한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다만 마이크론은 D램 미세공정과 낸드플래시 3D적층기술 등 메모리반도체 기술 분야에 투자를 확대해 경쟁사에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나타냈다.
마이크론은 이날 행사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반도체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에 1500억 달러(약 193조 원)를 들이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