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최근 핀테크와 재무 전문가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영입하고 있다. <쿠팡> |
[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이 핀테크사업과 실적 관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쿠팡은 이와 관련해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을 이사회 구성원으로 영입하며 전문성을 강화해뒀다.
25일 쿠팡 이사회에 최근 합류한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쿠팡이 미래를 위해 ‘핀테크사업 강화’와 ‘적자탈출’이라는 지향점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이 3월 이사회 멤버로 영입한 브라질 출신의 페드로 프란체스키 이사는 1996년생의 젊은 인재다. 미국 핀테크기업 브렉스(Brex)의 공동창업자로 더욱 유명하다.
그가 브렉스를 창업한 것은 2017년 1월로 이제 갓 5년이 넘었다. 하지만 브렉스는 이미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핀테크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브렉스는 지난해 10월 3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기업가치로 모두 123억 달러를 인정받아 '데카콘(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음식배달업체인 도어대시를 고객사로 유치하는 등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브렉스는 은행에서 법인카드를 발급받는 시간을 줄여 주고 신용등급 평가와 같은 재무관리를 대신 해주는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최근에는 단순한 금융서비스 회사가 아닌 금융 전반의 소프트웨어 제공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란체스키 이사는 브렉스 창업 이전에도 핀테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프란체스키 이사는 불과 17세이던 2013년 4월 브라질에서 결제기업 ‘파가.미(Pagar.me)’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온라인 결제서비스를 빠르게 해주는 것을 내세워 파가.미를 급격하게 키운 뒤 2016년에 브라질의 또다른 핀테크기업인 스톤에 회사를 매각했다. 파가.미가 스톤에 매각될 때 파가.미의 직원 수는 150명이었다.
그는 2021년 5월부터 스톤의 이사회 멤버로 일하고 있다.
프란체스키 이사의 이력을 감안하면 쿠팡이 그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영입한 것은 결국 핀테크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몸집이 큰 이커머스기업들은 대부분 핀테크사업을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세워놓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가 대표적이다.
알리바바는 월간 이용자 수만 수억 명에 이르는데 이를 통해 수집한 방대한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간편결제서비스 알리페이를 제공해왔다.
알리바바는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고객들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서비스를 개발해 수익을 내는 등 핀테크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해왔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인 KPMG인터내셔널이 2019년 발표한 글로벌 핀테크기업 순위에서 알리바바의 핀테크계열사 앤트그룹이 1위에 올랐을 정도다.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아마존 역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로 모은 막대한 고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서비스사업에 진출했다.
아마존은 현재 결제솔루션뿐 아니라 당좌계좌 제공, 보험, 신용한도, 신용대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놓고 거대 은행이 되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알리바바나 아마존이 성장한 길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쿠팡으로서도 핀테크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쿠팡은 이미 2020년 8월 핀테크 관련 100% 자회사로 쿠팡페이를 론칭하고 간편결제서비스를 기반으로 해 금융서비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쿠팡페이는 2020년 매출 1795억 원, 영업이익 35억 원에서 2021년 매출 5689억 원, 영업이익 184억 원을 내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쿠팡은 핀테크 전문가인 프란체스키 이사 영입으로 쿠팡의 핀테크사업에서 기회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란체스키 이사는 쿠팡 이사회에 합류하며 “쿠팡은 수십만 개의 소규모 비즈니스를 위한 상거래를 재구상하고 있다”며 “상거래와 그 너머의 미래를 건설하려는 쿠팡의 목표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쿠팡은 시장의 오래된 의구심인 실적을 놓고도 성과를 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쿠팡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규모를 기존 6명에서 7명으로 늘리며 데이터플랫폼기업 스플렁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제이슨 차일드를 이사로 선임했다.
차일드 이사는 30년 넘게 글로벌 여러 기업을 돌아다니며 재무 분야에서 성과를 낸 전문가다.
스플렁크 최고재무책임자를 맡기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부동산 온라인거래 관련 스타트업 오픈도어와 스마트밴드, 웨어러블 기기를 제조하는 조본 등에서 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했다.
앞서 미국의 1세대 소셜커머스기업인 그루폰에서 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아 기업공개에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특히 아마존에서 12년 가까이 일하며 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아 성장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는 비즈니스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링크드인에 “재무와 전략, 회계, 자본시장/재무, 투자자 관계 등의 분야에서 30년 동안 경험을 축적했다”고 스스로를 소개해놓기도 했다.
차일드 이사가 아마존에서 일한 기간인 1999년부터 2010년 사이 아마존 매출은 9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그루폰 재직 기간인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그루폰 매출은 7억5천만 달러에서 76억 달러까지 10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쿠팡이 차일드 이사를 이사회 멤버로 영입한 것은 결국 그의 재무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쿠팡의 몸집을 키우는 한편 누적되고 있는 적자 구조를 손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쿠팡은 2021년 기준으로 매출 22조1500억 원을 내며 이마트와 SSG닷컴의 합산 매출을 넘어설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태껏 단 1차례의 흑자도 내지 못해 누적된 영업손실 규모만 6조5천억 원가량이라는 점을 놓고 시장의 의구심도 상당하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