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날 열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청문회와 관련해 크게 3가지 시사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우선 가속화하는 미국의 통화긴축 정책 속도를 따라가지 않겠다는 후보자의 태도는 채권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1.5%, 0.5%로 1%포인트 격차를 보이고 있다. 5월부터 고물가 대응을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50bp(1bp=0.01%포인트)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이창용 후보자는 통화정책 운영은 국내 경제가 우선인 점을 강조하면서 전체 방향성은 미국을 따라가지만 속도까지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자세를 보였다.
이 후보자는 미국과 한국의 금리역전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더해 8%가 넘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비해 한국은 4%에 불과해 미국과 같은 금리 50bp 인상 필요성은 낮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런 이 후보자의 태도는 채권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연내 미국 기준금리가 2%를 상회하더라도 한국 기준금리가 이를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안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유출입은 단순히 내외금리차에 의해서만 좌우되지 않고 오히려 내외금리차를 너무 신경쓰며 연준 금리 인상에 보조를 맞출 경우 국내 성장세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전체적으로 미국 통화정책과 방향성을 맞추겠지만 국내 경제 여건을 더욱 감안해야 한다는 후보자의 발언은 타당한 면이 있다"고 바라봤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향후 성장과 물가간의 균형잡힌 통화정책 운영 방침도 밝혔다.
이 후보자는 "5월과 7월 금리 결정에 있어서는 데이터를 보고 성장과 물가 양자를 균형적으로 고려하겠다"며 "향후 금리 인상여부는 성장과 물가지표 결과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결국 취임 후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 연구원은 "향후 지표 결과에 따라 철저히 정책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며 "채권시장 입장에서는 다소 중립적 재료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예상보다 국내 경제성장세가 양호할 경우 통화긴축 정책이 강화될 수 있고 성장훼손이 심화될 경우 정책 기조전환까지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성장의 큰 문제가 없는 이상 금리 인상에 방향을 두고 있고 높은 가계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새 총재 취임 후 당장 통화긴축 속도 조절 돌입 기대는 갖기엔 이르다는 것이 안 연구원의 판단이다.
안 연구원은 "기준금리 등 거시정책은 금융안정에 중점을 두고 주택 실수요자 보호는 미시적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후보자의 발언은 아직 금리 인상 기조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바라봤다.
종합적으로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2분기 성장 및 물가 지표 결과들을 보면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판단 변화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안 연구원은 조언했다.
안 연구원은 "청문회 전후 주요 채권금리 하락에도 무리한 추격 매수보다 5월 금통위까지 대내외 이슈의 충분한 확인을 거친 후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공준호 기자